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신규 진입만이 은행업 경쟁 촉진을 위한 해법은 아니라고 밝혔다. 만일 타 업권이 은행업에 진출할 시에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은행의 과점체계 해소를 위해 기존 은행 인가를 세분화(스몰라이선스)해 타업권의 진입 가능성이 언급되자, 그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타업권 은행권 들어와도 '동일 규제' 강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7일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및 핀테크 기업 간담회 직후 "다른 산업 권역이 은행업에 들어온다면 은행이 받는 건전성 규제 틀에 동참해야 한다"며 "반대로 은행 업권이 타업권으로 진입할시 마찬가지로 소비자 보호의 어떤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어떤 적절한 틀 안에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시장내 금융사간 경쟁 제한적 요소나 지대추구적 환경이 있다면 그것을 일단 잘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며 "그 과정에서 전체 판을 흔드는 것은 아니더라도 분야별 특성화은행 진입을 허용해 경쟁이 촉진될 수 있다는 입장도 경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 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가능성을 묻는 말에도 "현 시장 플레이어들이 더 경쟁할 수 있는 부분을 살피는 게 우선"이라며 "챌린저 뱅크나 제4 인터넷전문은행은 큰 틀의 방향이 정해진 다음에 논의할 각론중 하나"라고 말했다.
인뱅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검토할 소지가 있다"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 인터넷전문은행 연체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 것에 대해선 개선책을 검토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전체 틀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라며 "논의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선책에 대한 의견이 나온다면 적극 검토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측면의 답변이고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의무 비중이 올해 더 높아지는 만큼, 인터넷 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는 이 비중의 목표치를 각각 44%, 30%, 32%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 대비 2%포인트, 5%포인트, 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지난해 가장 목표치를 높게 잡은 토스뱅크(42%)를 제외하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목표치(25%)를 달성한 후 인터넷전문은행 3사 모두 연체율이 급증했다.
케이뱅크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0.67%로, 2021년말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카카오뱅크 연체율은 지난해말 0.49%로 1년전보다 0.27%포인트 상승했다. 토스뱅크 연체율도 2021년말 0%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0.3%로 올랐다.
이 원장은 인터넷 은행의 기업 대출 취급 허용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은행산업의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나 지금까지 지속된 환경 등의 관계를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의 기업 여신 등은 큰 틀을 먼저 정한 다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뱅·핀테크 업계에는 '혁신 촉진자' 역할 주문
이 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계에는 시중은행 과점 체계를 깰 수 있는 '혁신 촉진자' 역할을 당부했다. 최근 과도한 이자 수익과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은행권의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이들의 '메기 효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날 간담회는 인터넷전문은행 및 핀테크 기업의 금융상품 및 서비스 혁신사례와 실제 사업추진 과정상 애로사항 등을 직접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대표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들에게 '책임 있는 금융혁신'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은행업 경쟁 촉진, 금융소비자 편익 증진이라는 도입 취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창의적인 혁신을 주도하고 은행업의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돼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 경쟁 확대도 예고했다. 이 원장은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 사이버· 관리 등 양적 성장에 맞는 내부통제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달라"며 "금감원도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혁신 가속기(액셀러레이터)'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