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혹은 금융당국의 금리 개입은 선거의 공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가 결국 내년 총선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핵심 영업전략인 금리 산정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금융회사 금리는 매번 선거철이 되면 유독 부각된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정최고금리 인하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대출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취약계층의 제도권 이탈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선거철만 되면 표적된 '금리'
매번 굵직한 선거철만 되면 주요 공약으로 나왔던 것이 '법정최고금리 인하'다.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율 상단을 낮춰 최고금리에 인접한 금융상품을 사용하는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우리나라 법정 최고금리는 지난 2002년 대부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도입됐다. 시작 당시 법정최고금리는 연 66%였다. 이후 지난 2007년 49%, 2011년 39%, 2014년 34.9%로 차츰 인하됐다.
하지만 2015년부터 인하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6년 법정최고금리를 27.9%로 인하되더니 2018년에는 24.0%, 2021년에는 20.0%까지 떨어졌다. 이전에는 3~4년 주기로 내렸던 것이 불가 6년 사이에 3차례에 걸쳐 인하된 셈이다.
2015년 이후 법정최고금리 인하는 '선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선거 공약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내걸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선거 공약으로 추가 인하를 내세웠고 이것이 이행되면서 법정최고금리는 현재 수준에 머물게 됐다.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림자도 따랐다. 리스크가 큰 계층에 대해 대출 자체를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이용자 변화 분석' 보고서를 통해 1만8000명~3만8000명 가량이 대출시장에서 배제됐으며 불법사금융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의 변화도 감지됐다.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높았던 대부업계 역시 '담보'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율은 53.8%로 집계됐다. 2017년말 기준 대부업계 대출중 76%가 신용대출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가 연이어 인하되면서 신용대출의 리스크 비용을 온전히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자연스럽게 대부업계도 우량자산 위주의 대출에 나섰고 이에 담보대출 취급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금리' 압박도 결국은 선거용?
현재 상황에서 법정 최고금리는 더이상 내리기 힘들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가장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은행의 '금리'에 개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4월 10일 있을 총선을 앞두고 표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났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위기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은 역대급 순익을 거두고 은행원들은 역대급 성과급을 받았다. '표적'이 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금리개입에 핵심이 된 예대금리차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봤을때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권에 무언가를 요구할 때 말해왔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안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고 있는 국가중 홍콩과 싱가포르는 5.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 국가는 대부분 2%대 수준이다. 우리나라 역시 2.55%를 기록하며 타 국가 대비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의 이자수익은 시장상황과 정책방향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실적은 시장금리 인상 외에 코로나19에 대한 지원 등으로 대출자산이 늘어난 영향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국민 체감도가 높은 부분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선거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며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를 의식한듯 최근 출마설에 대해 선을 긋기도 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거머리처럼…" 출마설 일축한 금감원장
또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 제도 개선에 대한 주체는 관련당국인 금융위원회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이어야 하지만 금융감독원장이 더 눈에 뜨인다"라며 "선거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를 스스로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