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속적으로 은행권에 '경영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가산금리 산정체계 점검,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등 성과보수체계 개선과 이를 공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주주환원정책과 배당을 포함해 은행의 이익과 비용 등 경영지표 전반에 대해 시장에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경영 투명화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부분으로 평가한다. 다만 지표에 대한 당국의 개입은 견제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은행권에선 경영지표에 대한 모든 것을 공개하면 글로벌 경쟁력 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대금리차 넘어 은행 경영지표 구체화해야
지난 15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실무작업반 회의의 종합적인 결론은 경영 투명화였다. 3차 회의에선 은행 성과보수체계와 손실흡수능력 등을 점검했는데, 최종적으로는 해당 사안을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특히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성과보수체계뿐 아니라 은행의 주주환원과 배당은 단순히 주주 문제가 아닌 국민과 금융시장 참여자 등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은행 수익 활용이 은행 성장과 발전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히 확충됐는지 등 의문과 논란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이슈들과 관련해 은행 이익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방식으로 사용·분배되는지 국민과 금융시장에 충분히 설명하면 의문과 논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부위원장의 생각이다.
은행 손익계산서를 비롯해 퇴직금과 성과급 등의 내역을 숫자 공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숫자가 나오게 됐는지 세부 내역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은행 이익이 어떻게 발생했고 비용은 어디에 사용됐는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손실흡수능력 등이 은행 성장과 발전에 충분한지,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하면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정부는 은행들의 금리 산정 등에 대해서도 압박에 나선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와 수수료 담합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지속적으로 은행들에게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은행의 금리체계와 손익 구조, 인건비와 퇴직금 등 사실상 은행 경영과 관련된 모든 지표를 공개하라는 의미다.
투명화 좋지만 개입은 안돼
경영 투명화는 은행 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금융비용이 급증했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 이자이익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은행 경영에 대한 잣대가 높아진 상태다.
전문가들 역시 은행의 경영 투명화는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가 개입하는 모습은 견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예대금리차 확대 등에 대해선 관리가 필요할 수 있고 이익과 비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다만 당국이 은행 비용 활용 등에 개입해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리 산정 체계와 비용 등은 은행 경영에 있어 민감한 부분인데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산정 체계 투명화 등은 자금조달을 공개하라는 의미인데 이는 제조기업에게 핵심 기술을 공개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미 상당수의 경영지표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세밀한 것까지 밝히라는 것은 과한 요구"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외 글로벌 은행들도 경영 핵심 지표 등을 모두 공개하지는 않는다"라며 "오히려 해외 시장에 국내 은행 경영 지표를 드러내는 것이라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조와는 반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