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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 위기에…힘 얻는 '손실흡수능력' 확대

  • 2023.03.21(화) 09:15

단기간 글로벌 은행 4곳 연이어 위기
국내은행 체력보강 주문한 금융당국
은행 "신사업 여력 확대 해줘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선언 이후 글로벌 은행들이 연이어 파산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상황을 재점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은행권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나서 현재 국내은행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은 그동안 주문해오던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대거 키우는 촉매제로 이번 사태를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래픽=비즈워치

글로벌 은행 10일만에 줄줄이 '위기'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SVB의 폐쇄를 결정했다. 뒤이어 12일에는 뉴욕 당국이 뉴욕에 위치한 시그니처은행의 폐쇄를 결정했다. 단 3일만에 미국 자산규모 16위 은행과 29위 은행이 파산을 결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파산은 면했지만 미국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자산규모 14위)역시 '파산 경고음'이 켜졌다. 나아가 세계 4위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파산설'에 휩싸였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미국내 대형은행들의 유동성 지원, 크레디트 스위스는 스위스 1위 금융기관 UBS가 인수키로 하면서 급한불은 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점은 약 10일 만에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금융기관들이 연이어 '위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각 은행마다 위기의 원인은 다르지만 핵심 진원지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이 공통적으로 꼽힌다. 즉 은행들이 즉각적으로 쓸 '현금'이 부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지만 은행은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체력, 즉 유동성을 확보해 둬야 한다"라며 "아무리 수익을 많이 내는 은행이라고 할지라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파산할 수 있다는, 즉 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힘얻는 '손실흡수능력' 확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당국은 분주해졌다. 국내은행 역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긴급 점검에 나선 것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국내은행들은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파산' 위기로 이어질 정도의 유동성 위기를 버텨낼 수 있다는 체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 은행들의 현금동원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을 준수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LCR비율을 공개한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LCR비율은 105%, 같은기간 신한은행은 99%를 기록했다. 사업보고서에 LCR비율을 공개하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 각각 93%, 105%로 집계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LCR비율의 권고치는 100%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이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은행의 LCR비율을 한시적으로 90%로 맞추는 규제 유예를 펼쳤다"라며 "다만 국내 주요은행들은 언제든지 LCR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은 그간 강조해왔던 '손실흡수능력'의 강화를 다시 한 번 주문할 모양새다. 현재 판단으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더 큰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다져놔야한다는 취지다. 

지난 17일 있었던 금융감독원의 '2023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김영주 금감원 부원장보는 "경제 상황 악화시에도 은행이 자금 중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 대손준비금을 도입토록 하는 등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은행 안전성 최우선"… 금감원, SVB발 불안 차단

그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체력보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이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대응했다. 이미 코로나19, 고금리 등으로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지자 충분히 충당금 등 '돈 방어막'을 쌓아뒀다는 이유에서다. ▷관련기사 : 금융당국 '돈 더 쌓아라' 요구권 도입…은행들 '한숨'

나아가 현재와 같이 충분한 '체력'을 갖춘 상황에서는 자금 여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유도해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특별 대손충당금 등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아둔 상황"이라며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산분리 등 이후 새로운 사업에 진출이 수월하도록 자금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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