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시설대여업(리스) 자산 규모가 6조원대를 돌파하며 리스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잇단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자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리스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쑥쑥 크는 카드사 리스 자산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자동차 금융을 하지 않고 있는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리스업을 영위하고 있는 5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의 리스 자산 합계는 6조3815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515억원) 대비 31.54% 증가했다. 5개 전업카드사의 리스부문 손익 또한 2021년말 182억원에서 지난해말 208억원으로 14.29% 증가했다.
리스는 자동차 등을 사거나 빌리는 고객에게 돈을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이다. 카드사의 리스 사업 항목에는 고가의 가전제품과 기계류 등도 포함되지만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가까이 된다.
카드사의 리스업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리스 자산규모는 3조5586억원으로 2021년말 2조6492억원 대비 34.33% 늘어났다. 이는 5개 카드사의 55.76%를 차지할 정도다.
지난해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 또한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카드의 경우 1조8251억원으로 전년(1조2695억원) 대비 43.77% 급증했다. KB국민카드는 전년(4447억원) 대비 16.96% 늘어난 518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장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곳은 롯데카드다. 2021년 리스 사업을 개시한 롯데카드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2021년말 64억원에서 지난해말 772억원으로 1106.25% 증가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사업다각화의 하나로 지난 2021년 7월 리스업을 개시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라며 "증가율이 높아 보이지만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카드의 경우 다른 4개 카드사와 달리 리스자산 규모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카드의 지난해말 리스자산 규모는 4015억원으로, 전년(4816억원) 대비 16.63% 줄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과 내실 경영 기조로 양적인 성장보다는 수익성 확보 등 질적인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할부 금리를 인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리스사업 집중 이유는?
그동안 카드사의 주 수입원은 고객이 카드 결제를 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였다. 하지만 지난 2012년부터 금융당국은 3년마다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 오면서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에도 금융당국은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낮췄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5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021년말 3조4555억원에서 지난해말 3조4076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드업계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리스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 수입원인 수수료가 너무 많이 떨어져서 카드 결제만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카드사들의 리스자산 규모가 2~3년 전부터 급격하게 커졌고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