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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갚는 사람들이 늘어난다…카드 대환론 급증

  • 2023.05.11(목) 06:13

카드사 대환대출 잔액 전년동기 대비 29.3% ↑
카드론·리볼빙 잔액 감소세…'보수적으로 운영'

'카드 대환대출(카드 대환론)' 잔액이 올해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로,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환대출이 늘어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개 전업카드사 대환대출 및 리볼빙 이월 잔액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7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의 지난 3월말 기준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1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8915억원과 비교하면 2606억원(29.23%) 늘어난 수치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만기가 다가왔지만 상환 여력이 부족하거나 연체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취약 차주를 위해 카드사가 마련한 '구제 장치'다. 고객은 자금을 빌려 상환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금리 수준이 지난 카드론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다 올해 들어 1조원을 넘겼다. 그만큼 적잖은 소비자들이 카드론을 갚지 못해 대환대출에 의지했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 2003년에 일어났던 '신용카드 위기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안정화된 금액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 위기 사태 당시 카드사들이 부담하던 대환대출 잔액은 2003년말 기준 16조840억원으로 전년말 5조9145억원 대비 171.9%(10조1695억원) 급증했었다.

대환대출 잔액이 늘고 있는 1차적 원인으론 금리 급등이 꼽힌다. 국내 주요 7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해 6월 12.92% 수준이었으나, 연말엔 15.06%로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카드론 금리에 영향을 주는 여전채(AA+, 3년채 기준) 금리는 지난 11월 6%대까지 올랐다가 최근 3%대 후반으로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초 2.42%(지난해 1월 3일 기준)대비 높은 상황이다.

카드론 금리는 지난달 기준 13.99%(7개사 평균) 수준까지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저신용자에 적용되는 카드론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에 육박한다. 특히 중·저신용자의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특성상 높은 기준금리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차주들 역시 상환능력에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실 증가 추세로 대환대출(대환론)을 통해 연체를 상환하고 분납을 신청하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연체율도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일부 카드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리볼빙이나 현금서비스를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신용자들이 급전을 찾을 때 주로 이용하는 현금서비스의 잔액은 7개 전업카드사 기준 지난해 12월말 6조5330억원에서 6조1780억원으로 5.43% 감소했다. 당장 갚을 돈이 없어 결제 대금 일부를 이월시키는 리볼빙 잔액도 7조2621억원에서 7조1141억원으로 2.04% 줄었다.

2분기에도 카드사들의 대출태도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회사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오는 2분기 카드사들의 대출태도는 -7을 기록했다. 0을 기준값으로 100과 -100 사이에 분포하는 대출태도지수는 플러스면 대출태도 완화, 마이너스면 대출태도 강화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카드론 대환대출 증가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대환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회수가 잘 안된다는 의미"라며 "대환대출을 통해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을 일시적으로 예방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연체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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