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FRS17(새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이와 연동된 새 건전성 지표인 K-ICS(신지급여력비율·이하 킥스)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요소인 최선추정부채(BEL)와 관련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키로 하면서 건전성 지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교보생명·DB손해보험 등 주요 대형 보험사들까지 킥스 공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업계는 최근 업계를 뒤흔든 계약서비스마진(CSM) 과대계상 사태 수준으로 킥스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적발표 이후 3월말 킥스 잠정치를 공개한 곳은 △NH농협생명(296.1%) △KB라이프생명(277.6%) △삼성화재(273.2%) △NH농협손해보험(268.2%) △신한라이프(227%) △삼성생명(210~220.0% 사이) △미래에셋생명(220% 내외) △KB손해보험(192.9%) △한화생명(180.5%) △현대해상(178.6%) △롯데손해보험(174.7%) △동양생명(162.3%) 등이다.
킥스 공개 아직은…
반대로 △교보생명 △DB손보 등은 역대급 당기순이익을 거뒀음에도 킥스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보험사들은 "이달 킥스 잠정치 발표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잠정치보다는 다음달 중 확정된 숫자를 공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IFRS17 덕분에?'…생보 빅3도 역대급 실적(5월 18일)·손보사 '빅5' 날았다…1분기 순이익 2조원 돌파(5월 12일)
킥스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보험사 새 지급여력비율이다.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라 기존 지급여력제도(RBC)가 킥스로 변경됐다. 킥스는 RBC와 마찬가지로 부채(요구자본)대비 자산(가용자본) 비율로, 기존 자산만 시가 평가했던 것과 달리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으면 되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RBC가 100%라는 건 '보험계약자가 한꺼번에 보험금을 청구한다고 가정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전부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준을 킥스도 동일하게 따른다.
RBC는 1분기말 지표를 이달 말까지 공개해야 했다. 다만 킥스의 경우 당국이 새로운 제도 변경을 감안해 공개시기를 6월 말로 유예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들이 공개를 늦추고 있는 건 킥스 발표가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체의 36%인 19개 보험사가 킥스 적용 유예(경과조치)를 신청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관련기사 : 보험사 3곳 중 1곳 킥스 유예 신청…생보사는 과반(3월 13일)
새 회계기준 계리 지침 제시…킥스도 흔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손해율 가정이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등에 대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키로 하면서 킥스 셈법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보험사들이 자의적으로 상품 손해율과 해약률 수치를 산출하는 만큼 자사에 유리하게 계리적 가정을 적용했을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이 지침을 마련한 배경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부채를 구성하는 요소중 하나인 BEL 수치가 흔들릴 수 있다. 금융당국의 보수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과소계상한 BEL의 규모가 증가할 수 있고 이 경우 가용자본도 같이 줄어 킥스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수치가 나오면) 일부 보험사는 킥스가 하향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앞으로 공개될 킥스 수치가 CSM 과대계상 논란과 같은 수준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 재무건전성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킥스가 100%를 하회해도 최대 5년간 적기시정조치를 유예받을 수 있는 경과조치가 시행됐다. 하지만 이는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유예받는 것일 뿐, '부실 회사' 꼬리표가 붙는 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 건전성에 대해 보험소비자(고객)들과 시장의 시선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자본건전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큰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이 잇따라 발행되고 있다. 킥스 건전성 기준에 맞춰 자본을 확충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달 8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농협생명과 하나생명도 지난 1월과 3월 신종자본증권 2500억원, 1800억원 어치를 각각 발행한 바 있다. IBK연금보험 역시 지난 3월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