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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문제 대응' DSR 완화…부작용은 없을까

  • 2023.06.23(금) 07:10

정부, 내달중 임대보증금 반환 대출 DSR규제 완화
투자 실패, 정부 보증 인식·갭투자 확산 우려

정부가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로 손꼽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일부 정비하려는 모양새다. 대상은 전세대출을 받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 경우다. 

정부는 최근 역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못받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같은 규제완화가 자칫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부, 내달중 보증금반환 대출에 DSR 규제 완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달중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경우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정부 주요 인사들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임대인 입장에서 자금융통 부분에 물꼬를 터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이같은 입장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DSR 규제 도입이후 가계의 자금융통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주장에도 완화불가 방침을 이어왔다.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인 만큼 돈을 쉽게 빌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게다가 DSR은 여러 대출상품을 받는 상황도 제한하는 만큼 가계부채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 하락으로 DSR 규제의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임대인들이 임차인에게 내어준 보증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는 2년전에 전세보증금 3억원에 B씨의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갔다. 2년이 지난 지금 B씨가 전세를 내어준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2억원으로 하락했다. A씨는 계약이 만기된 이후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B씨는 A씨에게 3억원의 보증금을 내주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찾아 이를 융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2억원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를 반환하더라도 1억원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이 1억원을 융통하기 위해서 B씨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다. 문제는 B씨가 1억원을 빌리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DSR 규제는 연간 상환해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소득으로 나눠 이 비율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따라서 B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 혹은 A씨에게 임대한 주택을 구매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다른 신용대출 등이 있는 경우에는 추가로 대출을 일으키기가 어렵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추가로 늘어나면서 DSR 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상황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3월 수준으로 전세가격이 유지될 경우 전세를 내어준 집주인의 약 20.3%(23만7000가구)는 빚을 져야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거나 아니면 빚을 내더라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세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 임차인들이 추가로 대출을 받을 경우 DSR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집주인이 돈 빌리기 쉬워지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DRS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대부분의 임차인은 다주택자 이거나 갭투자를 한 사람일 확률이 높다"라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주택가격이 변동된 것인데 이러한 투자에 대한 책임을 가볍게 해준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이 아닌 매각 가능한 자산을 처분하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시장의 원리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는 부정하지만 부동산은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한 투자자본"이라며 "투자 실패의 책임은 져야 하지만 이를 정부가 보전해 준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갭투자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PB는 "보증금반환을 위해 DSR규제를 완화 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갭투자를 용인한다고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있고 최근 시장금리가 점차 안정화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신호로 인식되면 주택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DSR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일부 찬성하면서도 이같은 점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지난 22일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에서 일부 DSR규제 완화와 관련해 "부동산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라면서도 "갭투자 등에 활용되지 않도록 유념한다고 하니 이러한 부분들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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