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정보 활용 능력을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프라가 곧 출범한다. 이번 인프라 출범으로 그간 한번 사용하면 파기해야 했던 가명데이터를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 활용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형 핀테크 기업들의 마이데이터 사업 경쟁력이이 제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대형 인프라를 갖춘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에게 더욱 유리한 사업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파기했던 정보도 다시 활용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명정보를 재사용 할 수 있는 인프라인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가 내달 출범한다.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의 핵심은 그동안 한번 사용하고 나면 파기해야 했던 '가명데이터'를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기업들이 고객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바 있다.
데이터 3법의 통과와 마이데이터 사업의 시작으로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받는 데이터는 큰 틀에서 세가지로 구성된다. 특정 개인에 관한 정보인 개인데이터, 추가정보를 사용하지 않고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가명데이터,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익명데이터 등이다.
이중 금융회사가 가명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금융소비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데이터 전문기관이 데이터 결합을 한 이후에야 사용이 가능했다.
데이터를 결합한 이후 가명데이터는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를 다른 데이터와 다시한 번 결합해 사용하려면 가명데이터를 새로 데이터전문기관으로부터 받아와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반복적으로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위해 가명데이터를 받아 다른 데이터와 결합한 경우, 이 데이터는 대출심사에도 활용할 수는 있지만 파기해야 한다. 대출심사를 위해서는 다시한번 같은 가명데이터를 받아 다른 데이터와 또 한번 결합해야 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정보와 결합된 가명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가명데이터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 문제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용정보원과 금융보안원이 데이터를 관리하고 데이터의 적정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가명데이터 재활용의 의미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추구하는 핵심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개인의 세세한 정보가 담긴 개인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개인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가명데이터를 활용해 일정의 표본을 만든 이후 비슷한 데이터를 가진 사람들이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접근 가능성이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은행 한 마이데이터 부서 관계자는 "가명데이터는 개인을 식별할 수는 없지만 다른 데이터와 결합을 통해 다양한 표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보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구축되는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가 제공하는 것은 이미 결합된 가명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일종의 '도서관'에 쌓아둔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는 데이터 제공 사업의 핵심인 데이터의 '양'이 계속해서 누적된다. 따라서 데이터를 이용하는 금융회사는 이미 결합했던 데이터를 다시 결합하는 등 가공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프라가 잘 안착한다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데이터 가공능력이 한 층 더 상승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 핀테크사에게 기회 될까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 됐지만 지금은 사실상 대형 금융회사와 빅테크 기업들간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중소형 핀테크사는 경쟁에서 다소 뒤쳐진 모습이다.
중소형 핀테크 기업은 이번 '금융 AI데이터 라이브러리'의 도입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핀테크 기업은 데이커 가공 관련 인력과 비용 등에 있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인프라 도입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 핀테크사 보다는 이미 시장 경쟁력이 높은 대형 금융회사와 빅테크기업들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른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이번 인프라는 신청하는 기업들에게 사실상 모두 허용된다"라며 "데이터는 다다익선, 즉 규모의 경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미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들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