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권에서 취급하고 있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올 6월말 기준 주담대 만기 잔액 현황은 물론 50년 만기 주담대 신규 취급 액수 및 건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현황 등 상세한 데이터를 요구했다.
앞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할지 여부도 밝혀야 해 보험사들은 "상품 출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원리금 부담이 낮아 인기를 끌고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꼽으며 관리강화에 나선 상태다.
2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2일 생명·손해보험사에 가계 주담대 취급현황에 대한 상세자료를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주담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지만 실질적으론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려는 게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고 보험사들은 설명했다.
금감원, 주담대 조사 착수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는 △올 6월말 기준 취급 주담대 만기 잔액 현황 △올해 월별 가계 주담대 신규 취급 액수·평균 DSR 현황·상환방식 금액 등이다.
또 각 보험사가 보유한 주담대 만기에 대해 '30년 이상 40년 미만', '40년 이상 50년 미만', '50년 이상' 등 구체적으로 구분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은 50년 주담대 취급 계획 여부와 예상시점, 가입 또는 만기시 연령 제한 계획도 등도 밝혀 달라고 했다.
보험업계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건 한화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이다. 올해 1월 한화생명이 첫 출시한 이후 이달 1일 삼성화재, 7일 삼성생명이 잇달아 50년 만기 상품을 선보였다. 앞서 올해 초엔 NH농협손해보험이 지난해 5월엔 교보생명, KB손해보험 등이 만기 4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주담대 출시→수익성 다각화
보험사들이 주담대 삼품을 출시하는 건 수익성 다각화와 대출 차주들의 선택권 확대 차원이다. 금융소비자들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2금융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 DSR 규제가 적용되는 주담대는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지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규모가 줄어 대출 한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이 대출한도 비율이 은행은 40%를 적용받지만, 보험사들은 50%를 적용받아 소비자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진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이자수익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상환 기간이 길어진 만큼 이자를 더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5억원을 연 4.0% 고정금리(원리금균등상환)로 빌릴 때 전체 이자액은 40년 만기일 경우 5억2000여만원인 반면, 50년 만기로 빌리면 이는 6억7000여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다른 보험사들도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 50년 만기 주담대 관리강화에 나선 데다, 금감원 조사가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관련기사 : 금융당국, 은행 주담대 점검한다…'DSR체계 구멍' 조준(8월16일)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가 워낙 상세한 데다, 출시 계획 등도 자세히 묻고 있어 사실상 출시를 제한하는 요구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시 제한 목적이 아니며, 보험사 주담대 현황을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34세 연령 제한"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만 34세 이하 제한 조건을 걸고 상품을 판매해 상품 수요를 줄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나이 제한을 걸었기 때문에 실적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생·손보사들의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채권 규모는 올 1분기 말 기준 약 95조원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업계가 62조원, 손해보험업계가 32조원을 각각 차지했다. 주담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권 주담대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642조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