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저축은행을 보유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대주주인 상상인그룹은 저축은행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캐시카우로 키워온 만큼 매각 보다는 다른 활로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오너 리스크, 상상인 저축은행 흔들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 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결정했다.
금융회사는 국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대주주는 깐깐한 자격을 갖추도록 한다. 이를 대주주 적격성이라 한다. 금융위는 상상인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적격'하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충족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이 내려지면 금융위로부터 이를 통보 받은 이후 2주 이내에 해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6개월 안에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10%를 남기고 강제 매각해야 한다.
상상인 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상상인 그룹이다. 상상인 그룹의 최대 주주는 지분 23.44를 보유한 유준원 대표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32.19%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상상인 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실소유주를 유준원 대표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9년 유준원 대표에게 중징계를 처분했다. 상상인 그룹의 저축은행들과 유 대표가 영업구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 및 허위보고, 불법 대출 등의 혐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징계는 지난 2019년 처음 내려졌지만, 상상인측에서 소송에 나섰고 최근 대법원이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주며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됐다.
상상인 그룹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기 이전에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 혹은 양도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우호세력에 지분을 매각하면 여전히 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행정소송에 나서 금융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은 안좋아도…저축은행 놓치기 어려운 상상인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상상인그룹이 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꾸준한 캐시카우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최근에야 금융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장에 내놓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올들어서는 상상인그룹이 적자로 전환했지만 지난해까지 그룹 내에서 두 저축은행의 기여도는 적지 않았다.
상상인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422억원이다. 핵심사업인 조선과 해양플랜트에서 쉽지 않은 한해를 보냈지만 상상인 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은 각각 499억원, 2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이 관계자는 "상상인 그룹이 지난 2016년 공평저축은행 인수이후 본격적으로 저축은행 계열사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라며 "두 저축은행의 자산을 모두 합하면 업계 10위권 이내에 자리잡을 만큼 성장했고 그룹에서의 존재감도 상당해져 시장에 내놓기에는 아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상상인측은 "당장 매각보다는 다른 방안을 고심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