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한 숨 돌렸다. 기업 구조조정 최대 현안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합병 이슈가 EU집행위원회(EC) 승인 문턱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승인 과정의 변수는 남아 있다.
HMM 매각 절차도 한 걸음 진행됐다. 지난 8월 적격 후보자 선정(동원·하림·LX) 후 진행된 기업실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관건은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초 계획이었던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여부다. 여전히 HMM 경영권을 노리는 기업들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관련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큰 관문 넘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합병은 EC 승인 벽에 막혀 제자리걸음인 상황이었다. EC는 양사 합병시 유럽 화물노선 경쟁 제한 우려 등을 이유로 승인을 미뤄왔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필요성이 대두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화물사업부가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사업인 만큼 이사회에서 화물사업부 매각을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부 매각이 핵심인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 여부'를 결정 지을 예정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틀 후(11월2일) 재차 이사회를 진행했고 진통 끝에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로 의결했다. ▷관련기사: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큰 고비 넘겼다(11월2일)
업계에선 EC가 우려했던 부분을 해소한 만큼 양사의 결합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EC 승인을 받을 경우 남은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남은 3개국중 EC 승인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이전보다 승인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한 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다. 양사 합병이 무산될 경우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합병이 안 되면 (투입한 정책자금)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 합병이 꼭 되길 기원한다"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사 끝난 HMM, 주인 찾을까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위한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예비입찰을 거쳐 인수 적격 후보로 3곳이 선정됐고, 이들이 진행한 기업실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관심은 본입찰(23일 마감 예정) 과정을 거쳐 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지에 쏠린다. 특히 HMM 매각 규모가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마련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승자의 저주' 우려는 떠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HMM 매각 절차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매각 중단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강석훈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인수 적격 후보가 없어도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매각할 것이냐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적격 후보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HMM 매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고, 산업은행은 서둘러 입장을 밝히며 수습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연내 SPA 계약 체결까지 추진한다는 당초 계획은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위해 하나금융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하며 중단됐다. HMM 매각 마저 실패할 경우 산업은행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에 대한 기업실사가 최근 마무리됐다"며 "연내 SPA 계약체결까지 이뤄질지는 확신할 순 없지만 당초 계획대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