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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보험, 고지의무 어겨도 3년 지나면 괜찮다던데…

  • 2023.12.16(토) 11:00

고지의무 어겨도 3년 지나면 보험해지 못해
보험금 대체로 지급되지만…따져볼 부분도

고객: 사실, 제가 암에 걸린 적이 있는데…

보험설계사 : 고객님, 보험 들고 3년만 지나면 다 괜찮아요~ 

건강보험 가입을 상담하던 40대 직장인 A씨가 보험설계사와 나눈 대화입니다. 20년 전 위암 1기 판정을 받은 A씨는 절제 수술과 항암 등 6년 간 충실히 치료를 받아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요. 보험에 가입할 때 피보험자(질병, 사망 등 보험사고 발생 대상자)가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못 받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얘기가 떠오른 거예요.▷관련기사 : ·보험설계사에 병력 알렸다고?…청약서에 기재안하면 해지될수(12월12일)

질병·상해보험 청약서 예시/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보험가입 상담을 받다 보면 이런 얘길 왕왕 듣는대요. 보험에 들고 3년이 지나면 고지의무를 위반해도 보험사 마음대로 해지를 못 한다고 말이에요. 보험금(보장)도 받을 수 있고요. 사실일까요? 애매할 수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차근차근 정리해 볼게요. 우선 보험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보험사가 마음대로 보험해지할 권한이 없어져요.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더라도요.(사실 계약자가 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료를 내고, 2년이 지날 동안 보험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면 보험사 강제해지권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지금 '보험해지가 안된다면 당연히 보험금이 지급되겠지'라고 생각하셨죠? 보험업계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보험금도 '대체로' 지급된다"고 합니다.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고객이지만 보험계약도 유지 시켜준대요. 보험해지를 유도했다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들어가면 일이 더 커진다나요. 

가입 전 질병은 보장 안돼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법원 판단을 받아보기도 한대요. 보험가입 후 3년이 지나도 '보험가입 전' 가지고 있던 질병은 보장 받기 어렵다는 건데요. 예컨대 당뇨병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고지의무 위반)한 뒤 몰래 치료를 받고 있다가 3년이 지나 당뇨 보험금을 신청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당뇨를 앓고 있었다는 걸 들킨 거예요. 이때 보험해지만 안 당할 뿐 보험금을 받는 건 힘들 수 있다는 겁니다. 상법과 보험약관에서 가입 이전에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대요. 

그런데 가입 전 질병이라 하더라도 보험 가입일로부터 5년 넘게 단 한 번도 치료나 투약 사실이 없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보험금을 받을 확률이 생긴다는 거예요. 5년간 한 번의 치료도 받지 않았는데 당뇨병이 재발했다면, 이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이 아닌 새로 발생한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있다는 거죠. 보험사 부담보(질병이력이나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특정 담보 가입제한) 특약도 5년 동안 치료 사실이 없으면 자동 해제되잖아요.

단, "사례별로 보험금 지급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입장이니 알아 두시고요. 

3년 이내엔 인과관계 따져

한 가지 더! 보험 가입일로부터 3년 이내에는 어떨까요? 우선 고지의무 위반 사항이 있다면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보험금을 지급하냐, 안하냐의 문제인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고지의무 위반 사항과 보험금 청구 건의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다만 보험해지는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해지환급금이 지급됩니다.

인과관계가 있다면 보험금 지급이 당연히 안되고요. 보험도 해지됩니다. 가령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걸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3년이 지나기 전에 뇌졸중 진단을 받았다고 해 봅시다.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된 원인이니 둘 사이 인과관계가 있죠. 이러면 보험금은 당연히 못 받고 해지환급금만 간신히 챙긴다는 거예요. 

/그래픽=비즈워치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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