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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운전자보험이 반려동물 돌봄비용까지 보장?

  • 2023.12.02(토) 08:01

인기상품에 본질 무관한 특약 '끼워팔기'
당국, 모범규준외 마땅한 규제수단 없어

/그래픽=비즈워치

보험사들이 주계약과 무관한 특별약관을 줄줄이 갖다 붙여 보험료만 부당하게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인기상품인 운전자보험 특약 '끼워 팔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에 따른 벌금이나 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 등을 보장하는 상품인데요. 교통사고나 운전 등과 전혀 상관없는 △골프 홀인원·알바트로스 비용 △가전제품 고장 수리 비용 △주택화재 임시 주거비 △보이스피싱 피해보장 △임대인의 임대료 손실 등 특약 담보를 붙여파는 손해보험사들이 많다는 겁니다.

'D사'는 반려인이 입원하면 강아지나 고양이 위탁비용을 대주는 담보(반려동물위탁비용)까지 슬쩍 집어넣어 업계 눈총을 받고 있대요.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거죠. 

보험사 "소비자 선택권 강화"

/사진=D손해보험사 운전자보험 약관 캡쳐

보험사들은 소비자 선택권을 명분으로 앞세웁니다. 특약에 따라 보장 내용이 세분화돼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거죠. 더불어 소비자가 가입할지 말지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부분이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월 몇백원 수준(특약 기준)의 부담없는 보험료로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담보라고 설명하죠. 사실 이런 특약은 사고 발생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보험료가 싼 건데도 말예요.

보험을 잘 아는 금융소비자가 아니면 본인이 가입한 담보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알기 어렵죠. 제가 든 종합보험만 봐도 △가족화재벌금 △각막이식수술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 등 가입한 지 몰랐던 특약들이 널려 있더라고요.

저야 '종합'보험이라고 묶여있으니 면피가 되지만. '운전자'보험이란 주계약과 연관성이 적은 특약을 붙여 팔아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에선 불완전판매 우려도 나오죠. 결국 소액이라도 수입보험료(매출)를 늘리려는 목적 아니냐는 거죠. 

허울 뿐인 관리 모범규준

문제는 이를 규제할 수단이 없다는 건데요.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1년 보험상품 특별약관 판매 및 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보험사가 자사 특약 상품을 주기적으로 점검토록 했습니다.

보험사들이 1년에 한 번씩 특약 가입 비율과 보험금 지급 실적을 자체점검해서 저조하면 이를 빼버리도록 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당시에도 이런 내용이 자율규제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 마저도 흐지부지 된 상태고요.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보험사간 무분별한 상품 경쟁에 잇단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향후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보장 증액은 보험상품 자체심사 등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침했죠.▷관련기사 : 독감 치료비 20만→100만원…금감원 "과열경쟁 자제하라"(11월2일)

운전자보험이 인기를 끌자 상관없는 특약을 계속 늘려 끼워파는 것도 느슨한 내부통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가 없도록 감독당국의 세심한 손길이 필요해 보입니다. 

[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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