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한해는 예년보다 강도높게 가계부채를 관리하기로 했다. 그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것을 시작으로 종전보다 강력한 스트레스DSR도 도입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DSR규제 강화가 주택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대출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주택 매매 가격을 끌어 내릴 수 있다고 본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같은 방안이 담긴 올해 업무계획을 내놨다.
대출 한도 줄여 가계부채 증가 관리
금융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의 핵심은 DSR규제 강화다. DSR은 원리금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이 비율이 40%를 넘으면 안된다.
금융당국은 DSR규제를 내놓으면서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DSR비율 산출 시 적용하도록 했지만 전세대출은 예외로 뒀다. 전세가 우리나라의 핵심 주거 형태 중 하나인만큼 DSR에 전세대출을 포함하면 주거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에 전세대출 역시 DSR 규제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따라서 전세대출을 가지고 있는 대출차주는 기타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그간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전세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DSR 산출 시 포함되므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있었던 사전 브리핑에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으나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DSR 자체를 산출하는 방식도 더욱 세밀해진다.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이용 기간 중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를 부과해 DSR을 산출한다. DSR규제의 핵심은 원리금 상환액인데, 미래 금리 상승분이 가중되면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게 되고 전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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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당장 내달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DSR을 적용하고 6월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연내 전 금융권 대출로 스트레스 DSR 도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처럼 가계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줄여나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연내 가계부채 증가세는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한다는게 금융당국의 청사진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급격하게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경제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세시장 흔들까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에 내놓은 방안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함과 동시에 부동산 가격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통상 전세대출은 전세가격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매달 이자만 납부하고 만기 시 원금을 상환하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 보편적이다. 따라서 전세 세입자들은 다른 대출에 비해 대출 한도를 많이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전세대출에도 DSR이 적용되고 스트레스 DSR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전세대출차주들이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A씨가 현재 전세보증금 5억원인 아파트에 산다고 할 경우 이론적으로는 보증금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전세대출에 DSR을 도입하면 A씨가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3억5000만원 수준(금리 연5% 가정)으로 낮아진다. 1년에 2000만원 이상 이자로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 여신관리부서 관계자는 "전세대출의 가장 큰 장점은 매달 이자만 납부하는 데다 DSR 규제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신용대출을 받기 용이하다는 점"이라며 "DSR에 전세대출이 포함되면 DSR산출 시 원리금납입액이 순식간에 늘어나기 종전처럼 보증금의 80% 혹은 상품별 최대 금액까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의 한도가 줄어들어 대출차주들이 공급받는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DSR이 도입이 시작되면 새로 계약이 갱신되는 집주인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결국 전세시세가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세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집값 흐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