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제도가 주택시장 안정과 거시건전성에 부정적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임대차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주택과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최근 전세대출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죠. 과연 전세 제도 변화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도 관리할 수 있을까요.
금융권에서 또 지목된 '전세'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에 강도높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담았습니다. 이를 위해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고, DSR 산정 시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내용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기사: 전세대출도 DSR 적용…전세시장 흔들까(1월17일)
그 동안 전세대출은 서민들이 주거 안정을 위해 이용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DSR 산정에서 제외했습니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전세대출 역시 DSR 산정에 포함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다만 적용 시점은 서민 경제 상황을 감안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 제도가 거시건전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전세를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조달하는 갭투자가 가능한 상황에선 금융당국이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 비율을 낮춰도(강화) 전세를 이용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 관련 이슈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임대인(집주인)은 전세를 활용한 무이자 자금 조달, 임차인(세입자)은 저비용 주거서비스 이용이라는 각각의 목적을 위한 합리적 판단으로 전세를 선택하지만 경제 전체적인 관점에선 전세 제도가 주택 시장 사이클의 경기 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이 같은 정책 누수는 주택 가격 급등기에 정부가 LTV 비율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려고 할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그는 "전세 제도에 부여된 각종 인센티브를 줄여 전세 의존도를 점차 낮춰나갈 필요가 있다"며 "DSR 적용 범위 확대 시 전세가율이 높은 계약을 우선적으로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세 사라질까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1월 전세대출 잔액(은행재원)은 120조7411억원으로 전달보다 2.6%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다른 흐름입니다.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임차인들의 가격 부담에 거래가 주춤한 것이 원인이라는 게 부동산 시장 분석입니다.
과거에도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 제도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초저금리 시기에는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통한 고정 수익이 낫다는 판단 아래 전세를 반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당시에도 임대차 시장 구조를 월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죠.
이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시기에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전세를 활용한 갭투기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졌고, 영끌(영혼까지 끌어온 대출) 현상 등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 리스크가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세 시장은 주택 매매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요. 전세 매물 부족 등의 이유로 전셋값이 상승하면 자연스레 집값도 오르고, 주택을 매입하기 위한 대출도 늘어나게 됩니다. 금융권에서도 주택 임대차 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죠.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가격 상승과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수요는 지속해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임차인들 입장에선 대출 이자 부담이 월세보다 더 큰 경우도 발생했다"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 요인 등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임차인들이 전세 제도를 통해 갖는 실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전세 제도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 역할을 했던 만큼 대안책도 필요한데요. 김현태 연구위원은 "전세 제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공공과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서민 주거안정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