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차갑게 식고 한쪽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 얘기인데요. 매매 시장은 금리 인상, 집값 고점 인식 등에 수요자들이 뒷짐을 지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초 '대형 호재'로 꼽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효과도 금세 저문 듯하고요.
반면 전셋값은 지난해 여름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을 사지 않으니 임대차 시장의 수요가 늘면서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데요. 이럴 때 생각나는 투자가 있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과연 다시 성행하게 될까요?
'내려갑니다'…송파·덕양 빼고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로 전주(-0.04%) 대비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마지막주(27일, -0.01%)부터 13주째 내림세죠. 겨울에 시작된 하락이 봄이 다가올 때까지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이번 주 수도권(-0.04%)과 지방(-0.05%)은 각각 전주 수준의 낙폭을 유지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고요. 서울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3%의 변동률을 보이며 12주 연속 내렸습니다.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다 보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원 측의 설명인데요.
부동산원 관계자는 "급매물 위주로 매수 문의가 있지만 매도 희망 가격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관망세가 지속 중"이라며 "지역별 상승·하락이 혼재되는 거래 속에서 간헐적인 급매물 거래 영향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역별로 온도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긴 합니다. 2월 첫째 주(5일 기준)만 해도 25개구 모두 하락했지만 같을 달 둘째주(12일 기준)엔 중구와 송파가 각각 보합 전환했고요. 지난주엔 양천, 성북, 광진이 보합 전환하고 송파(0.01%)는 홀로 상승했습니다.
송파구는 지난해 12월 첫주(4일, -0.01%) 하락세에 접어든 후 다시 상승하기까지 10주 걸렸는데요. 그렇다고 강남권에 다시 불씨가 붙는 신호로 보긴 어렵습니다. 강남구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2%의 하락률을 기록했고요. 서초구는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0.05%로 낙폭이 커졌습니다.
GTX 효과도 점차 잠잠해지는 듯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25 교통대책에서 GTX A~F 노선을 확정한 뒤로 경기·인천 수혜 지역들의 가격이 일부 반등했는데요. 경기 김포, 덕양, 평택과 인천 서구가 대표적이었죠. ▷관련기사: 집값이 반응하는 호재는…1·10대책? GTX! (2024년2월3일)
특히 김포는 GTX-D 노선뿐만 아니라 5호선 호재도 있어 지난 1월22일(0.04%) 상승 전환한 뒤 5주째 오름세인데요. 이번 주는 0.02% 상승으로 지난주(0.08%)에 비해 상승 폭이 줄었고요. 평택도 1월 마지막주(29일, 0.03%) 상승 전환한 뒤 3주 연속 오르더니 이번 주 -0.03% 다시 하락 전환했습니다.
고양시 덕양구만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덕양은 1월 넷째주(22일) 보합 전환한 뒤 그 다음 주 0.14%나 오르더니 4주째 상승세죠. 다시 상승 폭이 주는가 싶더니 이번 주 0.18%로 다시 크게 뛰었습니다. 교통호재 영향이 있는 도내·행신동 위주로 올랐죠. 전셋값 무섭네…'갭투자' 살아나나?
반면 전셋값은 상승 곡선을 잇고 있습니다.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2%로 지난주(0.01%) 대비 소폭 확대됐는데요. 지난해 7월 넷째주(24일, 0.01%) 이후 31주째 상승입니다. 벌써 7개월째죠.
매수 대기자들이 관망세에 접어들면서 매수 타이밍을 재는 동안 그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영향으로 풀이돼요. 수도권 전셋값도 지난주 0.05%에서 이번 주 0.06%로 상승 폭이 커졌고요. 서울은 지난해 5월 넷째주(22일, 0.01%)부터 40주째 상승했습니다. 상승 폭은 지난주 0.05%에서 이번 주 0.04%로 줄었지만요.
부동산원 측은 "매매시장 관망세 장기화로 인해 매매 대기 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지속적으로 전환되며 지역 내 학군·신축 대단지 등 선호 단지 위주로 매물이 부족하고 상승 거래가 발생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59㎡는 지난해 8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이달 최고 1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요.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도 한 달 만에 1억5000만원 뛴 금액으로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이처럼 매맷값에 비해 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시장에선 다시 '갭투자'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매맷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적은 자금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살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4.3%로 지난해 7월21일(5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조사됐습니다. 수치만 봐서는 낮아 보이는데요. 지역별로 봤을 땐 전세가격 비율이 80% 이상인 거래가 늘고 있습니다.
전국 아파트 실거래 자료에 따르면 매매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 이상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2분기 19.4%에서 4분기 25.9%로 6.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전북(57.3%) △충북(55.3%) △경북(54.2%) 등 지방 위주로 높게 나타났죠.
이런 영향 등으로 1월 매매 거래도 늘어났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8일까지 신고된 1월 전국 아파트 거래는 총 2만8113건으로 전월(2만4121건)에 비해 3992건(1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죠.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서도 올해 1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 지수도 전월보다 2.9포인트 상승한 103.0으로 나타났는데요. 다시 갭투자의 시대가 오는 걸까요? 시장 환경을 뜯어 보면 당장 그렇게 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서울 등 수도권은 주요 주택 지역의 전세가율이 여전히 낮고요. 연초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이 지나면 다시 수요가 줄면서 전셋값이 하락할 수 있거든요. 정부가 연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전세 대출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변수고요.
다만 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들은 전세와 매매의 가격 차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기 때문에 '갭투자'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깡통전세, 역전세 등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아파트값 하락,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가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방 소도시 중심으로 깡통전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시점"이라며 "이런 주택은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어 거래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