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사기 등으로 얼룩진 임대차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을 추진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뉴스테이'와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규제는 풀되, 공적지원을 최대한 배제해 민간에 주도권을 주겠다는 게 차이다. 기업형 민간임대가 임대차 시장에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을까? 시장과 제도의 현황을 짚고 시장 안착 과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기업'이 안정적인 임대인 역할하면?
정부가 추진하려는 '기업형 장기임대'는 의무 임대기간이 8~10년인 민간임대를 최소 20년 이상 장기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해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현재 임대차시장이 2~4년마다 집을 옮겨야 해 임차인이 주거불안에 노출돼 있고, 역전세와 전세사기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기업형 장기임대는 전세에서 장기 월세 시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새 대안으로 제시됐다. ▷관련기사 : 박상우 "전세는 은행에 주는 월세…장기임대 전환해야"(2월5일), '뉴스테이 시즌2'?…박상우 "전세가 불안 야기"(3월15일)
기업형 장기임대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뉴스테이'란 이름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전월세난 해소를 위한 역점사업으로 도입했다. 당시 제도 정착을 위해 8년 의무임대기간, 임대료 상승률 연 5% 제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규제를 풀고 공공택지 제공,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도 지원했다.
하지만 공적 지원 대비 규제가 허술하다는 정치권의 비판이 나왔다. 임대료는 높고, 건설사만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 등도 불거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며 '공공성'과 각종 규제를 덧댄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탈바꿈하며 사실상 '뉴스테이 시즌1'은 막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인수위원회 때부터 기업형 장기임대 카드를 부동산 주요 정책으로 꺼내 들었다.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한 사업인 셈이다. 뉴스테이와 취지 자체는 동일하다. 개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을 임대 공급자 삼아 임차인에게는 새로운 주거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뉴스테이'랑 뭐가 다르지?
국토교통부는 이전 '뉴스테이'와는 다를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규제를 풀어 시장은 열어주되, 공적지원을 줄여 더욱 민간 중심으로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복안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업형 장기임대 관련 업계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규제 개선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되 저렴한 공공택지 지원 등은 배제해 공공임대와는 다른 순수 민간주도 장기임대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소 임대기간 20년 이상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자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장기 임대사업자 특성에 맞는 주택도시기금 융자와 세제지원을 계획 중이다. 사업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부 공공택지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뉴스테이와 같이 초기임대료 제한은 두지 않지만 임대료 상승률 연 5% 제한 등 기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같은 임차인에게는 임대료 상승률이 제한되지만 의무임대 기간 내 임차인이 바뀌면 시세에 맞게 임대료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규제는 최소화하고 지원은 적정 수준으로 제한해 시장 상황에 맞게 기존 제도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다.▷관련기사 : [뉴스테이 1년]②저렴했나요? 인기있나요?(2016년 8월30일), '민간1호 뉴스테이' 수원 권선 꿈에그린 입주 개시(2018년 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