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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기도래 은행채 182조…대출금리 영향은?

  • 2024.01.23(화) 10:05

작년보다 은행채 만기도래분 16% 줄어
발행한도 제한 풀려…순발행 규모 촉각
LCR 규제 및 시장금리 추이 살펴야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만기도래 은행채가 182조원에 달하면서 연내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는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물량 폭탄' 우려를 낳았던 지난해보다는 만기도래 물량이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당국의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 폐지 영향으로 순발행 기조가 지속될 경우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는 181조6818억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81조1000억원, 100조7000원 규모의 은행채가 만기 도래한다. 

일반적으로 은행채 발행량이 늘어나면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채권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은행채 금리와 연동되는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의 인상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올해 은행채 만기도래 물량은 215조3641억원에 달했던 지난해보다는 15.6% 줄어들었다. 그러나 월별 만기도래 물량이 매달 10조원을 크게 웃돌고 있어 자칫하면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발행한도 풀린 은행채…올해 순발행 이어질까

관건은 올해 순발행 기조가 지속될지 여부다. 전년대비 만기도래 물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순발행액이 늘어나면 그만큼 총발행액이 늘어나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순발행액은 채권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수치다.

지난해 은행채 순발행액은 △8월 3조7300억원 △9월 4조6800억원 △10월 7조5393억원 등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지난해 11월에는 10조3327억원으로 순발행액만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국은 지난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당시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구축효과가 우려되자 만기도래 채권의 차환 물량만큼만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는 만기도래분의 125%로 이를 완화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발행 한도 제한을 폐지했다.

은행권은 올해 은행채 순발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LCR커버리지비율은 은행들의 유동성을 나타내는 수치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향후 1개월간 순현금 유출액로 나눈 비율이다. 은행들이 고유동성자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은행채 발행을 늘리거나 예금을 확보해야 한다.

시중은행 자금부 한 관계자는 "올해 은행들이 만기도래 은행채 물량에 대해서는 롤오버(차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LCR이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여서 유예 종료 이후 LCR 규제비율을 2.5% 높일지, 5% 높일지 등 조정 높낮이에 따라 예금 조달 및 은행채 순발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채 금리는?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발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지속해서 반영될지 여부에 따라 은행채 금리나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금리는 지난해 말 미국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올초까지 크게 하락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은행채 뿐만 아니라 회사채까지 온기가 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채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뒤로 밀리더라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수요가 위축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채 발행 규제가 풀리면서 작년보다 발행물량이 증가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올해 회사채가 봇물처럼 쏟아질 걸로 보이고 지금도 수요예측을 대기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 대출 수요가 작년보다 줄어들 수 있어 은행채 발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회복 등을 쉽게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란 해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차단될 경우 은행채 약세 발행으로 이어져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장 금리가 예측의 영역에서 많이 벗어난 상황"이라며 "추세적 흐름이 나오지 않고 있어 올해 시장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확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PF발 부실의 확대 여부 또한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권 자금부 한 관계자는 "만약 PF 불안이 시장에 퍼지면서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발행을 하고 싶어도 여의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은행채 발행이 감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구축효과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은행채가 약세 발행되면서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크레딧 채권의 수요를 위축시키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며 "전반적인 채권시장의 금리 방향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은행채 수요 위축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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