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옥죄기가 시작된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옥죄기 대상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이 본격화한 가운데, 전세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도 검토하고 있어서다.
은행권이 연간 기준으로 가계대출 목표치를 설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거와 다른 '유주택자' 대출 제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가 연이어 유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대출차주 소유의 주택이 있을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취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주택을 여러 개 소유하는 것에 대한 자금줄을 옥죄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는 관계 주무부처가 나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옥죈 바 있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다주택자는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다주택자의 자금줄을 제한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물론 지금도 궁극적으론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은행들의 최근 이같은 행보는 당장 가계부채 목표치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는 무주택자였던 실수요자들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라며 "지난 정부때 대출 정책이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있었다면, 이번에 은행들이 시행하는 조치는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도 DSR 적용할까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점은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 제한이 전세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투자 수단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이후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주택자들의 자금 공급 수단을 억제하면 전세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전세대출 건당 취급액이 증가해 가계대출이 전세대출 중심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에는 전세대출에 대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면 전세대출에도 이 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나서기 전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전세대출에 DSR 적용을 검토할 가능성도 높다.
한 은행 여신관리부서 관계자는 "DSR 40%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DSR을 적용해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일단 이달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대출의 흐름에 따라 정부가 직접 규제 대상에 산입시킬지, 은행 스스로 더욱 깐깐하게 관리할지 들여다 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는 대출 셧다운…내년엔?
은행들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가 길어도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대출 억제 조치는 가계부채 폭증 관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가계부채 관리는 연간 기준으로 새롭게 수립된다.
이 관계자는 "매년 금융당국에 한 해 대출 목표치를 보고 하는 방식인데 해가 바뀌면 다시 리셋 되는 구조"라며 "이같은 조치를 취한 핵심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이기 때문에 연초가 되면 이같은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리인하와 집값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해가 바뀌어도 당분간은 이와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해가 바뀌어 대출 제한으로 묶여있던 대출 수요가 몰리고 금리 인하로 인한 수요도 동시에 늘어나면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해가 바뀌더라도 이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