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과 계엄군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면서 인명 등 피해에 대한 보험 보상에 관심이 쏠린다. '전쟁 관련 면책'을 적용할지 검토하던 보험업계는 일부 보상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한쪽에선 고액 발생 건은 법률검토를 받아볼 수 있다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현재 비상계엄으로 인한 상해 등 인명 피해가 전쟁 위험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일부 피해보상이 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3일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사 지시에 따라 군 병력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장악하기 위해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계엄군은 시민·의원·국회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에 따른 상해 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피해 보상 규정이 따로 없어 혼란이 일었다.
전쟁 위험은 말 그대로 전쟁이나 테러, 내란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이다. 상법 제660조(전쟁위험 등으로 인한 면책)는 '보험사고가 전쟁 기타의 변란으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보험사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
보험 표준약관에도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폭동 및 이와 유사한 사태로 인한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써있다. 쉽게 말하면 예상하기 어려운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사태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전일 오전까지만 해도 업계는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했다. 금전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비상계엄과 관련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6시간 만에 해제를 결정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가운데, 야당은 비상계엄을 내란(형법 제87조)으로 정의하며 탄핵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국무위원 전원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고 금융·통화당국은 거시경제 모니터링에 한창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인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계엄 사태를 어떻게 정의하고 판단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 오물풍선 살포 때는 금융당국 지침으로 신속히 입장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관련기사 : 북 '오물풍선' 피해, 시민안전보험 안돼…"개인보험으로 해결"(6월3일)
만약 비상계엄이 전쟁 위험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보험보장을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치료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오후 들어 전쟁 면책을 무조건 적용하긴 어렵다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보험업계 전언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전쟁, 혁명, 내란, 사변, 폭동으로 인한 보험사 면책은 대규모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보험사 파산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며 "비상계엄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보험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아직 관련 보험금 지급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조심스럽다"면서도 "일반적인 보상 건들에 대해선 보험금이 지체 없이 지급되지만 규모가 큰 건에 대해선 법률검토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