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할해 지불하게 될것"(미국 경제매체 포브스, 현지시각 6일)
비상계엄 후폭풍에 우리 경제 하방 리스크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내년과 내후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측한 상황에서 정치 충격에 억눌려 더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이는 포브스의 뼈아픈 지적처럼 온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정치 리스크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으지만, 계엄령 사태 후 추진력을 잃은 정부 리더십에 거시경제정책이 힘 받을 수 있을지 회의론이 팽배하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4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10월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다. 2분기 0.2% 역성장 이후 연속 마이너스를 간신히 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로 성장'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간 성장을 주도해온 수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수출-수입)이 2분기 -0.1%포인트에서 3분기 -0.8%포인트로 더 떨어졌다. 성장률을 1%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계엄령 사태 반영되면?
성장률 둔화가 단기적인 흐름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은은 내년과 내후년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9%와 1.8%로 제시했다.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 2%보다 낮다. 동아세안과 한·중·일 경제를 분석하는 아세안+3 역내 거시경제조사기구 암로(AMRO)는 내년 국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반도체 경기 하락과 미국 관세 인상 충격파에 따른 수출 모멘텀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시티·바클리·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내년 국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8%(11월말 기준)로 집계됐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과 탄핵 정국 돌입 등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기존 전망치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이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 확전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 경제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국내 경기 추가 둔화와 중장기 경제 성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 리스크까지 얹어졌는데 이를 돌파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미션의 난이도 상승'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치 불확실성 높아지거나 장기화시 경제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이는 경기와 금융시장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한다"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다행히 수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국수장들 "영향 제한적"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금융 수장들은 "금융·외환시장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조치 등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 사례를 볼 때도 정치 등 비경제적 요인의 충격은 일시·제한적이었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관련기사 : 경제·금융수장들 "금융·외환시장 안정화…정치상황 등 충격 일시적"(12월6일)
최 부총리는 지난 5일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 과제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차질 없이 예정대로 발표할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했지만 비상계엄 여진 속에서 기존 정책의 기조를 보완·변경하는 등 굵직한 의사결정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아 문제다. 이미 기재부는 이달 중하순께 발표 예정이었던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해를 넘긴 내년 1월에 내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0.8% 감소하면서 전년동월대비 8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정부 정책 추진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 발표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 기업역동성 제고 방안 등이 내수 부양책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