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국회의원들이 한국은행을 찾아 이창용 총재 및 주요 간부들과 면담하고 경제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예정에 없었던 깜짝 방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 정국으로 확대되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로 풀이된다.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내년 정책에 있어 '확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재위 소속 야 3당 의원들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은 본관을 찾아 이 총재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과 긴급 경제상황 현장점점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금융·외환시장 상황,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위 간사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 후 기자실을 방문해 "탄핵 불성립으로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국회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대외신인도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현장점검을 하고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은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크게 외환시장, 금융시장, 실물경제에 관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며 "큰 틀에서 보면 지금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 더 길어지면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이 총재와의 회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하반기 특히 4분기 경제성장, 실물경제에 큰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년도에 좀 더 확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가 둔화 내지 침체되면 확장적 재정정책(소득세 인하, 법인세 감면 등)과 확장적 통화정책(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한다.
확장적 접근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는지에 대해 정 의원은 "대화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는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실물경제가 워낙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있어 그런 접근들에 대한 필요성을 얘기 했고, 이 총재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 4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한시적으로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확정된 금리를 주고 재구매를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은행 외화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확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한국은행, 비정례 RP매입으로 단기 유동성 공급(12월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