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의 중심에 우리 경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권도 예외일 수 없다. 환율 불안과 경기 침체로 인한 연체율 상승, 자본비율 악화 등 재정 건전성 악화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권은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정책에 적극 참여하며 시장에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공든 탑이 모습을 채 드러내기도 전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한숨이 깊다. 금융당국이 힘쓴 정책을 윤석열 대통령이 무너뜨린 셈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금융지주 주가 폭락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 국내 주식시장은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정치적 불안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주가 중심에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지주는 비상계엄 사태 발생 전인 3일과 비교해 6일 주가는 각각 15.3%와 9% 하락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6%, 7.6%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국내 주식시장 재평가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후 금융주들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금융주는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가 되지 않는 등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밸류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으면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밸류업에 적극 나섰다. 지난 5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 등은 뉴욕으로 날아가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하며 투자자 관심을 잡는데 집중했다.
주주환원 정책에도 주력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과 분기 균등 배당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제시했다. ▷관련기사: [은행 밸류업 명암]①뚜껑 열어보니…누가누가 잘하나(11월6일)
결과적으로 금융당국 밸류업 정책 맨 선두에 섰던 금융지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외국인 주주 절반 이상…정치 이슈엔 "대안 없어"
이처럼 금융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KB금융과 신한지주 외국인 비중은 77.5%와 60.71%,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45.99%와 68.06%를 차지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정치 불안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갔고, 금융주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금융지주 핵심인 은행권에선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자산 건전성 악화 등 경영에 부정적 영향은 사실 상 크지 않다고 항변한다. 금융사 경영 악화에 대한 불안함이 아닌 정치적 이슈로 주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없다는 점이 뼈아프다. 주주환원 정책에는 변함이 없음에도 이외에 주가를 부양할 수단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인 BNK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업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과 은행의 적극적 주주환원 제고 실천으로 은행주가 상승했다"며 "다만 최근 정치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피해주로 인식되며 은행주 상승 동력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밸류업은 사실 상 끝난 것으로 1년 농사가 폭우로 망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며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정치 리스크는 예측하기도 어렵고 대응도 할 수 없어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밸류업의 기본은 배당 등 주주환원인데 정치 리스크로 한 번에 날아가버렸다"라며 "밸류업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 리스크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주가 등 모니터링은 하겠지만 외국인 주주가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번 사태는 밸류업에 역행하는 것으로 해외 IR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