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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 우리경제]환율 요동…외면받는 'K-자산'

  • 2024.12.09(월) 06:30

원화가치 하락…1400원에서 지속 상승 중
탄핵정국 불확실성 확대…환율조작국 변수도
안그래도 안좋았던 '국장'…기업 밸류업 동력 상실하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나라의 꼬리표를 단 자산들의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며 자산가치 방어에 전념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같은 하방압력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주말 사이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불발되면서 정치·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계엄선포 이후 환율 요동/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요동쳤던 환율 안정화 됐다지만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9.2원으로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한 이후 2시간여만에 40여원 가까이 폭등했던 것이 국회가 즉각 비상계엄을 해제를 의결한 데다가, 당국에서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다소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주말사이 대통령 탄핵안이 여당의원들의 불참으로 자동폐기, 탄핵 정국이 더욱 길어지고 경제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원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당분간 지속해서 절하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있다.

당장의 환율은 당국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해 물량을 소화하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의 영향 때문에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일단 당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연일 밝히고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현재 수준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 외환관련 부서 한 관계자는 "그간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피 미국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달러의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원화 약세를 이끌며 원·달러 환율의 상승을 동시에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나라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은 교역 대상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민감해서다. 

미국은 자국에 수출하는 국가가 인위적으로 환율에 개입해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경계한다. 자국 보호를 위해서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거쳐 거래하는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 수준에 따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그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 수출 시 추가 관세 부과, 국제통화기금(IMF)나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재를 받게돼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인 수출에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올라간 상황이어서 당장의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의 개입 정도가 거세진다면 환율조작국 지정에 가까워 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지부진하던 밸류업, 악화일로

올해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주가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 받고 있다고 판단, 연초 대대적인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한 일본을 벤치마킹 한 것이었다.

연중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관련 주무부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전 세계적인 주식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는 연일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올해 첫 영업일인 1월 2일부터 지난달 말 까지 미국(나스닥 및 S&P500), 대만(가권지수), 등은 약 20%, 일본(닛케이), 중국(홍콩 항셍 및 상하이 종합)의 주가는 약 10%가량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약 10% 빠졌다. 코스닥은 더 나아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상황은 더욱 안좋아졌다. 지난 6일 코스피는 2428.15로 마감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 코스피가 2500.10을 기록하며 2500선을 회복했지만 연일 하락세를 이어갔고 2400선 코앞까지 내려왔다. 코스닥의 경우 6일 661.33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 3일에는 690.80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을 보면 대외에서 비상계엄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4일부터 6일까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약 1조원 가량 외국인 매도 물량이 주가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 외인이 1조원 가량을 사들이며 2500선을 회복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지는 않겠지만, 투자심리 위축을 야기한 것은 분명하며 당분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용평과기관인 S&P글로벌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AA'를 유지하기로 했다. 단 향후 투자결정에는 정치적으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로 이번 정권의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며 "밸류업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 상실 위험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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