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에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원화 가치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환율 방어선인 1450원이 무너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4000억 달러를 웃돌았던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줄었을지에 따라 시장 심리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장중 한 때 1480원을 돌파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 경제도 달러 가치 상승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던 만큼 보호무역, 관세 장벽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적 통화정책을 시사한 점도 달러 가치를 더욱 높였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되면서 정책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연준은 인하 횟수를 이전 계획보다 축소하는 등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정치 리스크로 인해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발생 후 일시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선물환포지션을 국내은행 75%, 외은지점 375%로 상향 조정하고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외화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외회조달 여건 개선, 이종통화 결제 여건을 구축하고 국민연금 외환 스왑을 확대하는 내용 등도 포함했다.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정치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사실 상 거부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상승한 이유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31일 3분기 중 시장안정조치 내역을 공개한다. 시장안정화를 위해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실시한 외환 순거래액을 확인할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이지만 당국 대응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통해 향후 대응 방안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6일에는 12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공개된다. 비상계엄 사태 전인 11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앞선 10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이다.
관건은 비상계엄 사태 후 원·달러 환율 급등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줄었을지다.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선을 1450원으로 보고 있다. 1450원이 넘어서면 당국 대응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했을 경우 달러 가치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이란 이중고 상황에 대한 시장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