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바이오 경기가 안 좋은 데 계엄사태까지 터지면서 말 그대로 최악인 상황이다."
올해 연말 상장을 준비 중인 한 바이오텍(신약개발사) 관계자는 정부의 비상계엄으로 커진 시장 불확실성이 IPO(기업공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신규 또는 이전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텍은 이달 5일 기준으로 총 3곳(온코크로스·온코닉테라퓨틱스·듀켐바이오)이다. 모두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완료한 상태다.
가장 일정이 빠른 곳은 이달 18일 상장예정인 인공지능(AI) 기반의 신약개발사인 온코크로스다. 지난 2021년 기술성평가에서 미끄러지며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상장예비심사 통과에 약 8개월이 소요되는 등 올해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긴 인고 끝에 기회를 잡았으나 최근 비상계엄이라는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됐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보건복지부 등 신약개발을 전담하는 관계부처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행히 온코크로스는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 3일 오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모두 마쳤다. 관건은 오는 8~9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이다.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도 3일 수요예측을 끝내고 9~10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앞두고 있다. 두 회사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교적 증시가 안정적이던 수요예측 시기에 확정한 공모가를 일반청약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 중인 방사성의약품 개발사인 듀켐바이오는 수요예측 기간이 이달 2일에서 6일까지로 비상계엄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추진 시기와 겹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해 6일 새벽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계엄사태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바이오 IPO 시장이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던 터라 이들 기업의 걱정은 더욱 크다.
올해 IPO 대어 중 하나로 꼽히던 신약개발사 오름테라퓨틱은 최근 상장을 철회했다. 신약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과를 냈다. 이를 비롯해 올 한 해 상장예비심사나 공모를 자진 철회한 바이오텍으로는 피노바이오, 지피씨알, 하이센스바이오 등이 있다.
이번에 상장을 준비하는 또 다른 바이오텍 관계자는 "최대어로 꼽히던 오름테라퓨틱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는데 계엄사태까지 더해져 걱정이 큰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신약 개발 쪽에서 낸 성과에 자신 있기에 일정대로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