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민간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 업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오 회장이 금융당국 및 업계와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회장의 연임은 탄핵 정국 속 관료 출신 후보가 부재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지난 임기 동안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력과 업계의 신뢰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9명 중 76명이 찬성…'압도적 지지'
31일 저축은행중앙회는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회원사 대표 전원(79명)이 모인 가운데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출석회원의 3분의2 이상(76명)을 득표한 오화경 현 회장을 제20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선출했다. 저축은행중앙회장 임기는 3년으로 오 회장의 임기는 2028년 3월 30일까지다.
애당초 이번 선거는 정진수 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표가 출마해 2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4일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며 오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됐다.
이번 당선으로 저축은행중앙회는 36년 만에 연임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오 회장 이전 연임 사례는 최병일 전 회장(2·3대)과 명동근 전 회장(5·6대) 회장 단 두 명 뿐이었다. 최 전 회장은 조선식산은행(한국산업은행 전신, 정부기관) 출신이며 명 전 회장은 옛 재무부 이재국장 출신이다. 순수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오 회장은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내외적으로 소통을 강화해 현재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겠다"며 "지금 저축은행업권의 가장 어려운 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릿지론인데, 이를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서민금융이나 포트폴리오 다양화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관 출신 후보 부재…적수 없었다
그간 역대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보면 기획재정부 등 관 출신 인물이 주를 이뤘다. 관료 출신 인사가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더욱 원활해 규제 완화 등에서 일정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민간 출신 회장은 한국주택은행 전무이사 출신인 이상훈 전 회장(제8대),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이순우 전 회장(제17대) 등 2명에 불과하다.
오 회장은 지난 2022년 제19대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에도 관 출신이 아닌 업계 출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 회장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 2017년 아주캐피탈 대표이사,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번에는 회원사 79곳 중 76곳의 찬성표를 얻었다. 반대표는 단 3표에 그쳤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 대표들의 지지에 대해 "영광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겠다"며 "회장 직은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고, 업계를 위해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간 출신 후보가 큰 지지를 받은 데는 정치적 상황으로 관 출신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추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더욱이 오 회장은 금융당국 및 업권과 원활하게 소통해 왔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업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수도권 저축은행을 가리지 않고 애로사항을 듣고 규제 완화에 힘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오 회장은 지난 2023년 부동산 PF 부실 여파가 커지기 전 자율협약 운영을 건의해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 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 20일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M&A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인 부실 저축은행 기준은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기준 11%(자산 1조원 이상 12%) 이하로 확대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오 회장은 관과의 소통에 대해 "더 낮은 자세로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지난 3년간 관과 소통한 결과 저축은행이 시장을 안정화하고 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관의 많은 협조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축은행의 역할을 충분히 한 뒤 금융당국에 건의사항을 이야기해 업권이 더 건전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관도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저축은행업계가 부침을 겪고 있다는 점도 오 회장 연임 배경으로 언급된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순손실은 3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돼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8.52%로 전년 말(6.55%) 대비 1.97%포인트 상승했다. ▷관련기사: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연말까진 적자 지속…M&A 활성화 추진"(3월21일).
오 회장은 PF 경·공매 지원, 공동매각 지원, NPL 회사 설립 등 자산건전성 제고에 집중하고 저축은행의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에도 힘쓸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시기라는 점이 오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면서도 "오 회장은 임기 중 활발하게 업권과 소통했고 현재 저축은행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업계를 잘 아는 인물이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는 기대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