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 최대 2.5%포인트(p) 추가 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 도입이 사실상 좌초된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아 환율 불안이 커진 데다 생산적 금융으로 인한 자본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연일 강조하면서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부담을 완화해 자금 공급이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을 덜어 그만큼 확보된 재무 여력을 중소기업 등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는 2023년 3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의 후속 조치다.
17개 국내 은행과 8개 은행지주회사가 위기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본을 추가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은행별 스트레스테스트(위기 상황 분석) 결과에 따라 기존 최저자본 규제 비율에 최대 2.5%포인트를 더해 자본을 쌓아야 한다.▷관련기사 : 연말 은행권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최대 2.5% 추가 적립(2024.09.11)
금융당국은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은행권의 자기자본비율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연말 시행을 추진하던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올해 상반기 중 시행 시기 등을 재논의해 하반기 도입으로 조정했지만, 결국 시행 일정 자체가 안개 속에 놓인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트레스완충자본과 관련해 현재 당국에서 별도의 논의나 검토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도입 시기와 단계적 시행 방안 등 업계 의견을 수렴했지만 제도를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도입 시점을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장 추진할 만큼 논의가 진전된 상황은 아니지만 관련 여건을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에 따른 의무 규제가 아닌 국내 검토 사안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전 정부에서 나온 해당 규제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새 정부 기조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4대 은행 합산 기업대출 잔액은 780조원으로 지난해 말(767조원) 대비 13조원(1.7%) 늘었다. 증가액인 13조원 중 절반인 6조7000억원이 중소기업대출로 나갔다.
중기대출 증가세에 비례해 4대 은행의 3분기 중기대출 평균 연체율도 0.53%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말 0.4%보다 0.1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관련기사 : [중기대출 부메랑]중기대출 늘리자 연체율 일제히 올랐다(2025.11.05.)·[중기대출 부메랑]잠재 부실채권 8조원…앞으로가 더 문제(2025.11.07.)
이런 상황에서 추가 자본 규제 부담까지 더해지면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기 위해 기업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같은 금액의 대출이라도 기업대출에는 가계대출보다 높은 위험가중치가 적용되기 때문에 RWA가 증가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에 따라 주주환원을 위해 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위험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뒷받침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앞선 규제 유예의 주된 원인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원대로 올라서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보다 4.7원 내린 1472.4원에 마감했지만, 고공행진은 지속하고 있다.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 증가→RWA 확대→자본비율 하락 우려가 재차 불거지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은행들의 부담을 낮춰 생산적 금융 등에 확대를 지원해야하는 시기에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이 당국 입장에서도 조금은 부담스러운 타이밍이지 않나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1달러에 1470원' 화들짝…은행들 위험자산 얼마나 더 늘까(202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