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했지만 시장에 던진 신호는 오히려 '인상'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성장·환율·부동산을 보면 갈 길이 명확하다"며 강한 인상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성장률 상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고환율과 부동산 과열 우려까지 겹치면서 긴축 기조로 돌아설 명분도 확보된 상황이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긴 데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끌어다 쓴 '영끌'·'빚투'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총재는 지난 2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 정책을 할 때 가장 힘든 건 여러 목적이 상충하는 경우 어디로 갈지 모르는 딜레마가 있을 때인데, 이번에는 예외적"이라면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말했다.
성장률도 물가도 올렸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에서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유상대·장용성 금통위원의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성장률 전망 상향이 '매파 본색' 힘을 실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 2.0%에서 이달 2.6%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2.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 눈높이는 높아진 반면 물가 상승 압력과 원·달러 환율 불안, 집값 상승 우려가 맞물리면서 한은이 통화정책 키를 다시 긴축 쪽으로 틀 환경이 조성됐다.
금통위원 7명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서도 전체 21개 점 가운 19개가 '인상'으로 쏠렸다. 연 3.00% 전망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연 2.75% 7개, 연 3.25% 2개 순이었다. 지난 2월 인상 전망이 단 1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급격한 기류 변화가 읽힌다.
금통위가 다음 통화정책방향 회의인 7월16일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지난 2023년 1월13일 연 3.25%에서 3.50%로 올린 이후 3년 6개월 만이 된다.
주담대 8% 육박 관측…차주 '빨간불'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은행채 금리도 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3.001%로 1년 4개월 만에 3%대에 올라섰다. 5년물 금리는 4.280%로 2023년 11월15일(4.32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채 5년물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에 주로 반영된다. 변동형 주담대도 코픽스 등 은행 조달금리 지표와 연동되는 만큼 은행채 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대출금리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5년 금리는 연 4.25~7.11%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주담대 금리 상단이 8%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영끌 차주들의 이자 상환액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규 대출자와 대환 수요자는 고정형 금리 상승의 영향을 받고 기존 변동형 주담대 차주도 조달금리 상승이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어서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도 5%대 중·후반까지 오른 가운데 증권사 신용공여 잔액이 62조원을 넘어서면서 빚투 투자자들의 이자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