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하는 갤러리현대가 가업승계 작업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던 해다. 장남 케이옥션, 차남 ㈜갤러리현대 분할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창업자 박명자(78) 회장이 197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상업화랑 ‘현대화랑’의 문을 연지 48년만이다
장남 도현순(54) 케이옥션 대표가 ㈜갤러리현대 이사회 명단에서 이름을 내린 게 이 때다. 지분도 싹 정리했다. 직접 케이옥션 수장 자리에 올라 경영을 챙기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모태 ㈜갤러리현대는 자연스레 차남 도형태(52) 대표 몫이 됐다. 이를 계기로 오너 3세까지 주요주주로 등장했다. ▶관련기사: [승계본색]①갤러리현대, 3代까지 뿌리내린 미술계 ‘파워 패밀리’(1월19일)
갤러리현대 차남 승계 예정된 수순
갤러리현대는 미술품 매매, 전시, 전시기획 사업을 하는 국내 정상급 화랑 중 하나다. 법인 ㈜갤러리현대 재무실적도 이를 방증한다.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보면, 2006년 이후 영업흑자를 놓친 적이 없다. 2020년까지 한 해 평균 30억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참고로 ㈜갤러리현대는 박 회장이 1970년 4월 개관한 ‘현대화랑’을 전신으로 한다. 1975년 2월 종로구 사간동으로 본관을 이전한 뒤 1987년 ‘갤러리현대’로 이름을 바꿨다. 법인으로 전환한 것도 이 때다.
19개 계열사 중 현대화랑㈜와는 별도 법인이다. 현대화랑㈜도 미술품 매매 및 전시업을 하지만 2000년 3월 ‘갤러리현대라이센스’로 설립됐다. 2000년 9월 두아트를 거쳐 2013년 9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박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2015~2020년 비교적 최근 실적을 보더라도, ㈜갤러리현대는 대략 한 해 3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많게는 41억원, 적어도 10억원에 이른다. 2020년 말 총자산 477억원에 이익잉여금은 232억원이 쌓여있다.
경영을 도맡아하고 있는 이가 박 회장의 차남 도형태 대표다. 사실 ㈜갤러리현대의 차남 승계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오랫동안 외국계 금융사에서 활동해 온 형과 달리 도 대표는 일찌감치 경영수업에 뛰어들어 박 회장 밑에서 전시, 기획 등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도형태 대표 자녀들도 25% 대주주
미국 뉴욕대와 프랫대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학을 전공했다. 학업을 마친 뒤 1990년 후반 갤러리현대에 입사, 국제기획부장, 이사 등을 지냈다. 모친으로부터 대표직을 물려받은 때는 2006년 5월, 37살 때다. 2012년 전문경영인 조정열 전 대표 영입이후로는 부사장으로 한 발 비켜나 있었지만 2016년 3월 공동대표로 복귀했다.
도 대표는 6개월 뒤에는 ‘공동’ 꼬리표도 떼고 현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사회 멤버로만 있을 뿐이다. 감사는 부친인 도진규(84)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가 맡고 있다.
지분 승계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2018년 완성한 형제 분할경영이 기폭제였다. 장남 케이옥션, 차남 ㈜갤러리현대 구도다. 도현순 대표가 등기임원은 물론 지분까지 모두 정리하며 ㈜갤러리현대에서 완전히 손을 뗀 데서 비롯됐다.
㈜갤러리현대는 2007년만 해도 장남이 1대주주로서 지분 27% 소유했다. 차남은 23%였다. 형제가 엇비슷하게 도합 50%를 보유했다. 이어 박 회장 부부가 각각 16%, 14%를 가졌다.
2018년을 기점으로 판이 바뀌었다. 장남은 단 한 주도 없다. 반면 도형태 대표가 24.7%를 보유 중이다. 특히 자녀들도 주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도영주, 도영재씨다. 각각 12.7%다.
비록 박 회장이 29.7%로 단일주주로는 1대주주로 있지만 도 대표는 자녀를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50.10%를 보유 중이다. 이외 부친이 8.2%, 자기주식이 12%다. 자기주식을 빼고 나면 도 대표가 영향권에 쥐고 있에 실질 지분 56.89%나 된다. 사실상 ㈜갤러리현대는 차남 몫이 됐다. ▶갤러리현대 ③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