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사고파는 화랑 비즈니스는 ‘패밀리 파워’가 두드러진다. 감성 비즈니스의 특성상 인맥과 경험, 안목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미술작품을 가까이 접하며 미술계 성향을 몸에 익힌 2세들은 자연스럽게 가업을 승계했다. 국제갤러리, 학고재, 가나아트갤러리 등등.
갤러리현대도 걔 중 하나다. 특히 2세 경영자들이 1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전략으로 자신들의 미술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국내 대표 화랑이다. 더 나아가 3대(代)까지 뿌리내린 대물림으로 옮아가면 얘기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갤러리현대 50돌…계열사만 19개
갤러리현대는 화랑계의 ‘파워 우먼’ 박명자(78) 회장이 28살 때 문을 연 ‘현대화랑’에서 출발했다. 숙명여고 출신이다. 1961년 열아홉의 나이에 부친 친구의 소개로 이대원 화백(1921-2005)의 서울 소공동 ‘반도화랑’에 점원으로 일하며 미술계와 인연을 맺었다. 197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상업화랑 ‘현대화랑’을 개관했다.
박 회장이 세운 갤러리현대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인 쉰 살이 넘었다. 갤러리현대는 현재 계열사만 해도 19개사나 된다. 미술품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정상급 화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갤러리현대와 미술품 경매시장의 양대산맥 중의 하나인 케이옥션이 갤러리현대를 대표 계열사다.
2세 경영자들의 들의 외연 확장의 결과다. 중심에는 박 회장과 남편 도진규(84) 전 한국산업은행 부총재의 슬하의 두 아들 장남 도현순(54) 케이옥션 대표와 차남 도형태(52) ㈜갤러리현대 대표가 있다.
3세 체제 준비…도영준·도영진 대표주자
2세 체제가 시작된 지는 한참 됐다. 박 회장이 ㈜갤러리현대 대표직을 내려놓은 게 2006년 5월. 대신한 이가 일찌감치 현업에 뛰어들어 전시, 기획 등을 맡아왔던 도형태 대표다.
금융통으로 오랫동안 외국계 금융사에서 활동해 온 도현순 대표가 화랑가에 발을 들인 때가 2011년, 이어 2018년 5월에는 직접 케이옥션의 수장 자리에 올라 경영을 챙기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기도 하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도현순 대표의 부인도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다. 강수진(54)씨다. 갤러리현대 소속 계열 중 대표직을 갖고 있는 곳이 무려 7개사다. 처남 강지훈씨도 대부업을 전신으로 한 계열사 2곳에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갤러리현대는 2세 지분 승계도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에 자리 잡고 있는 창업자 손자들이 수두룩하다. 소유지분도 적지 않다. 도영준, 도영진, 도영주, 도영재 등이 면면이다. ▶갤러리현대 ②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