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중견 종합제지업체 깨끗한나라 사주(社主) 일가는 가족회사들을 잇달아 청산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요지의 대형상가건물 ‘수영빌딩’을 327억원을 주고 매입한 지 몇 개월 뒤다.
이제 일가는 가업인 제지 및 생활용품 사업 외에 오너 둘째딸 주도로 새롭게 부동산 사업에 주력할 모양새다. 다만 깨끗한나라로부터 따박따박 광고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온프로젝트만은 예외다. ▶ 관련기사: [단독]LG 사위 깨끗한나라 일가, 한남동 330억 빌딩 샀다(5월29일)
일감몰아주기 ‘눈총’ 관계사 일제 정리
일감몰아주기가 뭐다 해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곳이다 보니 정리할 만도 했다. 나라손, 용인시스템 등이 면면이다. 현재 깨끗한나라의 자회사인 보노아(물티슈 제조)나 케이앤이(플랜트·설비관리)와 달리 깨끗한나라와는 출자관계로 엮이지 않는 기업들이다. 특히 깨끗한나라와 내부거래를 통해 키워온 회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라손은 1993년 4월 설립된 ‘계명물산’을 전신으로 한 화장지 제조업체다. 용인시스템이 1대주주로서 지분 72%를 보유했다. 나머지 28%는 최병민(70) 회장의 부인 구미정(67)씨 몫이었다. 나라손은 2020년 매출(177억원) 중 깨끗한나라 몫이 96%(17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매출을 절대적으로 깨끗한나라에 의존해 왔다.
용인시스템도 예외가 아니다. 옛 ‘라라티슈’로 1992년 10월 설립된 업체다. 2019년 이후 휴업 상태이지만 이전까지 생산·물류·판매·사무·운전 분야 등의 아웃소싱 및 인력파견 사업을 영위해 왔다. 2018년 용인시스템이 깨끗한나라로부터 챙긴 지급수수료만 해도 335억원에 달했다.
따박따박 광고 수수료 챙기는 온프로젝트
3세 경영체제가 뿌리 내리고 있는 깨끗한나라의 경영구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나라손 등은 최 회장의 1남2녀 중 둘째딸 최윤수(40)씨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져왔다는 점이다. 가업인 깨끗한나라의 경우 장녀 최현수(43) 사장과 장남 최정규(30) 이사가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최윤수씨는 2016년 3월 언니(비상무이사)의 뒤를 이어 나라손 이사회에 합류한 뒤 2년간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청산 전까지 사내 등기임원직을 유지했다. 용인시스템 또한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던 이가 둘째딸이다.
다만 온프로젝트 만큼은 손을 놓지 않고 있다. 2015년 8월 설립된 광고대행업체다. 최윤수씨가 창업 초기부터 지금껏 유일한 사내 등기임원으로 있는 곳이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나라손, 용인시스템과 마찬가지다.
알짜다. 온프로젝트의 2017년 매출을 보면 53억원 중 43.7%(22억원)가 깨끗한나라 매출이었다. 2020~2021년에도 매년 13억~14억원을 지급수수료로 챙겼다. 온프로젝트가 깨끗한나라의 광고물 제작을 맡아 적잖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