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경영학과 88학번’. 국내 최대 해충방제업체 세스코(CESCO)의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유아독존’ 절대권력자 전찬혁 부회장의 대학 동기가 18년째 세스코의 감사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다.
오너 1인 이사, 대학동기 감사 체제
세스코의 창업주 전순표(88) 회장은 5남1녀 중 차남으로 원래 세스코의 감사 자리는 형제들이 맡아왔다. 국회도서관 이사관을 지낸 맏형 전승표씨에 이어 2000년 3월에는 세스코 부사장 출신의 첫째동생 전홍표씨가 물려받았다.
2006년 3월 이례적으로 외부인사로 교체됐다. 전 창업주의 2남1녀 중 차남이자 2대 경영자인 전찬혁 현 부회장이 세스코의 경영 전면에 등장, 사실상 가업을 승계한지 약 4년 뒤다. 전 부회장이 대표에 오른 게 2002년 6월이다.
조병찬씨다. 세스코 지배구조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전 부회장과는 올해 54살의 동갑내기로 무엇보다 고려대 경영학과 88학번 동기여서다.
‘[거버넌스워치] 세스코 ②편’에서 언급한 대로, 세스코는 2021년 3월 이후 등기이사가 딱 1명이다. 전 부회장이다. 경영자로서 견제 받지 않는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기본으로 경영진의 직무집행을 감시해야 할 감사마저 대학 동기가 앉아 있는 것. 재임기간도 무려 18년이다.
조 감사는 2021년 3월 이후로는 세스코 관계사인 해충방제용 약제업체 씨비티(CBT)의 감사도 겸임하고 있다. 전홍표씨의 후임이다. 2021년 5월 전 창업주가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씨비티 또한 전 부회장 ‘1인 이사’ 체제로 전환하기 두 달 전이다.
특히 전 부회장과 조 감사 두 고대 동기는 세스코 감사 자리로만 얽혀있지는 않다. 사업적으로도 얽혀있다. 증거가 있다. 조 감사가 경영하고 있는 에스제이씨오(SJCO)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감사 회사의 전략적 제휴사 세스코
세스코의 조 감사는 원래는 2000년 6월 ‘에스제이코퍼레이션’이란 개인사업체를 차려 재생고무, 고무보강재 수입 사업을 해왔다. 이어 2003년 3월 에스제이씨오로 법인 전환 뒤 본격적으로 업종 전환했다. 지금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본점을 두고 주방용품, 소형가전 유통사업을 하고 있다. 조 감사가 지분 45%를 보유한 공동최대주주다. 대표이사로서 경영도 총괄하고 있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 에스제이씨오는 2021년 매출 430억원에 영업이익은 2017~2021년 5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한 해 많게는 16억원을 벌어들인 적도 있다. 이 알짜배기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파트너사들을 게시하고 있는데, 전략적 제휴사 중 하나가 바로 세스코다.
참고로 조 감사는 나노마이크로텍의 오너이기도 하다. 2012년 4월 설립됐다. 조 감사가 대표이자 지분 100%를 보유한 1인 회사다. 쿠쿠전자 시흥공장에 위치, 전기밥솥 국내 1위의 가전업체 쿠쿠전자의 ‘쿠쿠’ 압력밥솥과 정수기를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다.
쿠쿠전자는 중견 가전 및 렌탈업체 ‘쿠쿠(CUCKOO)’의 2세 오너인 구본학 현 쿠쿠전자·쿠쿠홈시스 대표가 주인으로 있는 곳이다. 구자신(82) 쿠쿠 창업주의 두 아들 중 장남이다. 마찬가지로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 88학번이다. 앞서 언급한 에스제이씨오는 현재 쿠쿠의 공식총판이기도 하다.
나노마이크로텍은 더 알짜다. 총자산 254억원(2021년 말)에 2015~2021년 매출이 많게는 533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2020년을 제외하면 흑자를 놓친 적이 없다. 매년 12억~6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잉여금이 229억원 쌓여 있을 정도로 벌이가 좋다. (▶ [거버넌스워치] 세스코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