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간판 주력사가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곳의 최대주주가 오너 2세들이 독자 경영하는 회사다. 더 나아가 계열사들이 최근 부쩍 이런 저런 일에 뒤를 봐주고 있다. 중견 제조업체 오텍그룹 얘기다.
에스에이치글로발(SH GLOBAL)이 2018년 12월 설립 이래 오텍그룹과 출자 관계로 엮이지 않으면서도 창업주 강성희(68) 회장의 두 아들이 오롯이 이사진인 개인회사쯤 된다는 점은 ‘[거버넌스워치] 오텍 ③편’에서 얘기했다. 장남 강신욱(38) 오텍그룹 미래전략본부 전무와 차남 강신형(36) 상무다.
확인된 바로는, SH글로발은 강 회장과 두 아들이 각각 ‘2대 4대 4’의 비율로 총 5000만원을 출자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향후 2대(代) 승계의 지렛대로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SH글로발→에프디시스(FDSYS) 계열의 기업가치를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수 있다. 비록 예상지 못한 상황과 맞닥뜨렸지만 쉼 없다.
오텍캐리어 ‘롤로코스터’ 타는 에프디시스
2018년 SH글로발 계열로 편입된 에프디시스는 요즘 벌이가 신통찮다. 냉난방기기, 냉동냉장설비, 공기정화 부품 및 보안기기, 물류업체로서 2018년 매출이 1310억원을 기록한 뒤로 매년 예외 없이 뒷걸음질 치며 지난해에는 742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2020년 41억원 사상 최대치를 찍었던 영업이익이 이듬해 1억원 남짓으로 줄더니 작년에는 4억원가량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 또한 21억원 적자를 낸 탓에 다시 결손금 15억원이 발생했다.
이유는 뻔하지 싶다. ‘캐리어 에어컨’으로 각인되는 그룹의 간판 오텍캐리어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워낙 높은 터라, 앞서 ‘[거버넌스워치] 오텍 ①편’에서 애기한 대로 오텍캐리어의 벌이가 2020년 이후 예년만 못하자 에프디시스도 시원찮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치로도 확인된다. 해마다 폭증하던 에프디시스의 오텍캐리어 매출이 빠른 속도로 빠졌다. 2019년 1080억원을 찍은 뒤로 작년에는 522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다.
에상했을 리 없다. 즉, SH글로발→에프디시스 출자라인을 통해 SH글로발의 기업가치를 한 단계 ‘레벨-업’ 시키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꿩 대신 닭…‘캐리어’ 공백 메워주는 ‘냉장’
한데, 뒤집어 말하면 오텍캐리어가 고갯길만 벗어나면 에프디시스의 반전은 시간문제라는 뜻도 된다. 게다가 ‘꿩 대신 닭’이랄까. 오텍캐리어의 공백(?)을 아쉬운 대로 메워주는 곳이 있다. 상업용 냉장·냉동설비 쇼케이스 제조업체 오텍캐리어냉장이다.
요즘 오텍 4개 사업 계열사 중 매출이나 수익이 ‘나 홀로’ 돋보이는 곳이다. 2012년 계열 편입 당시 821억원 정도였던 매출이 2016년(1250억원)에는 모태사인 특장차업체 ㈜오텍 본체(1200억원)를 앞질렀다. 작년(3180억원)에는 주력 중의 주력 오텍캐리어(5690억원)의 60%에 육박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5억원을 기록한 뒤 2년연속 40억원대를 거쳐 작년에는 94억원을 찍었다. 오텍캐리어 230억원,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이 44억원 적자를 낸 것과 대비된다. 흑자라고 해봐야 3억원 남짓인 ㈜오텍과도 비교된다.
덩달아 에프디시스의 오텍캐리어냉장 매출이 불어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10억원을 밑돌았지만 2020년 1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작년에는 117억원이나 됐다. 에프디시스에 사업적으로 오텍캐리어 말고도 ‘비빌 언덕’을 하나 더 생겼다는 애기가 된다.
물류창고 임대 등 가지가지 하는 SH글로발
뿐만 아니다. SH글로발에도 음으로 양으로 오텍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즉, SH글로발이 에프디시스의 지배회사로서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자체 사업을 벌이는 데 ‘뒷배’가 돼 주고 있다는 뜻이다.
SH글로발이 부동산 임대 PFV(특수목적법인) ‘에스에이치글로발제일차’를 설립한 때는 2020년 8월. SH글로발과 마찬가지로 강 회장의 장남이 대표, 차남이 사내 등기임원인 이사진이 딱 2명인 곳이다.
PFV를 통해 그 해 9월 경기도 화성시 소재의 부지 및 건물을 134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SH글로발 및 에프디시스 본점 인근이다. 이곳이 바로 에프디시스의 전국 8개 물류센터 중 하나인 화성센터가 위치한 곳이다.
오텍그룹은 에프디스시스에 물류를 맡기고, SH글로발 PFV는 에프시시스를 통해 따박따박 임대료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의미다. 2021~2022년 매년 11억원이다. 이 중 7억~8억원가량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다.
또 있다. 작년 1월 에프디시스과 충북 옥천군이 체결한 15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에 감춰져 있다. 약 2만8500㎡(8630평)의 터에 물류창고와 농식품 가공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한데, 정작 부지 매입(38억원) 및 물류센터 완공 주체는 SH글로발이다,
적잖은 자금이지만 걱정할 게 못됐다. 오텍그룹(㈜오텍 연결기준)이 단기자금 150억원을 빌려줬다. 지금은 회수한 상태지만 뒤이어 작년 말 강 회장의 30억원 상환우선주 출자 외에 SH글로발이 100억원 규모의 금융권 차입을 일으킬 때 오텍캐리어가 상당액 보증까지 서줬다.
즉, 차입금을 제 때 갚지 못하면 29억원은 오텍캐리어가 상환 의무를 지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SH글로발은 오텍 계열이 한 몫 해준 덕에 앞으로 옥천 물류센터를 통해 임대수입이 생긴다는 애기가 된다.
현재 총자산이 209억원으로 불어난 SH글로발은 투자사업도 활발하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트위니 지분 3.13%(2022년 말)를 소유 중이다. 반도체 부품 및 제조장비 제조업 아이브이웍스 1.18%도 가지고 있다. 이래저래 SH글로발이 요즘 부쩍 가지가지 한다. (▶ [거버넌스워치] 오텍 ⑤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