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종합문구업체 모나미(MONAMI)가 향후 3대(代) 승계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족사와 꿋꿋하게 내부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세습용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3세 송재화 티펙스 등기임원…계열 중 유일
28일 ㈜모나미에 따르면 지난해 티펙스(T-Pex)에 물류용역 대가로 41억원(이사회 승인액)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티펙스에 지불한 총비용(연결기준)은 49억원이다. 전년보다 1억원 남짓 증가했다.
티펙스는 ㈜모나미 감사보고서상에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되고 있는 곳이다. 모체이자 사업중추인 ㈜모나미를 정점으로 항소·플라맥스·엠텍 등 국내 5개사, 태국 생산법인을 비롯한 3개 해외법인 등 9개사로 이뤄진 ㈜모나미 계열에서 벗어나 있는 관계사라는 의미다.
주인이 송재화(37) ㈜모나미 상무(상품기획 총괄)다. 모나미 창업주 고(故) 송삼석(1928~2022)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송하경(65) 현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기업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송 상무의 티펙스 소유지분이 50%다. 이외 모친 홍의숙(64)씨가 49.5%다.
모자(母子)는 티펙스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3명의 이사진 중 전문경영인 정장열(59) 대표를 제외하면 이 둘 뿐이다. 특히 송 상무는 티펙스 말고는 ㈜모나미 계열 중 등기임원직을 가지고 있는 곳이 없다.
바꿔 말하면, 작년 내부거래 수치는 ㈜모나미가 변함없이 적잖은 일감을 챙겨주고 있어 향후 송 상무의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서 티펙스의 활용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송재화 ㈜모나미 지분 2%…‘히든카드’ 티펙스
모나미 오너인 송 회장은 지주사격인 ㈜모나미의 1대주주로서 개인지분 13.76%를 비롯해 일가 7명을 합해 28.2%를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송 상무 소유는 1.87%밖에 안된다. 아직은 승계기반이 미약하다. 이런 맥락에서 티펙스는 송 회장이 대물림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다.
티펙스는 2008년 2월 설립된 ‘익스프레스라인’이 전신(前身)이다. 원래는 ㈜모나미와 원메이트(전 모나미컴퓨터시스템·2012년 12월 ㈜모나미에 흡수합병)가 8대 2로 출자해 만들어졌지만 이듬해 3월 전량 매각, 이후 송 상무와 모친이 양대 주주가 됐다.
이어 티펙스는 ㈜모나미가 발주하는 화물운송 및 창고보관 물량을 주력사업으로 기업가치를 키워가고 있다. 현재 경기 안성 소재 모나미 당목리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티펙스 본점도 이곳에 위치한다. 또한 ㈜모나미가 회장품 시장 진출을 위해 작년 1월 경기 용인에 설립한 모나미코스메틱 공장 인근의 모나미 처인구 센터에도 지점이 있다.
티펙스는 예상대로 알짜로 변신 중이다. 작년 재무수치는 확인되지 않지만, 2018~2022년 매출 49억~85억원에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순이익으로 한 해 많게는 13억원, 연평균 5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잉여금이 40억원 쌓여있다. 자본금 2억원에 자기자본이 36억원이다.
따라서 향후 송 상무가 직접 매입하든, 티펙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취득하든, 티펙스를 ㈜모나미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아니면 송 회장의 지분 증여시 세금 재원으로 사용할 여지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