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장종원 기자] "크로스포인트테라퓨틱스의 '스텔스바디(Stealth-Body)'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의 부작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ADC뿐 아니라 이중항체, 항체핵산접합체(AOC), 항체면역활성접합체(ISAC)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확장 가능합니다."
김태억 크로스포인트테라퓨틱스 대표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5'에서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1대1 미팅을 진행했다. 바이오USA 행사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크로스포인트가 보유한 'Fc 사일런싱' 기술인 스텔스바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후속 미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크로스포인트는 2022년 10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본부장과 리드컴파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와 녹십자, CJ헬스케어, 오름테라퓨틱 등에서 항체 및 생물학제제 연구를 진행한 장기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 창업한 바이오기업이다.
크로스포인트는 최근 코스닥 상장사 와이바이오로직스와 스텔스바디 플랫폼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으로 주목받았다. 스텔스바디는 항체 하단에 위치한 Fc 부위를 변형해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차단, 부작용을 줄이는 'Fc 사일런싱(Fc Silencing)' 기술이다.
ADC 해결하지 못한 난제 '부작용'
ADC는 암세포를 타겟으로 효능을 극대화하고 정상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지만 강력한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김 대표는 "ADC의 높은 부작용은 임상 실패는 물론이고 1, 2차 치료제 시장으로 확장하기 어려워 약품의 상업성에도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업과 연구자들은 ADC 약물이 종양 부위에서만 분리되도록 링커의 안정성을 개선하거나 ADC의 물성을 개선시키는 방식, 혹은 이중항체로 타겟 선택성을 높이는 방식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김 대표는 "링커의 개선이 이뤄진 2020년대 이후의 ADC 임상 결과에서도 여전히 독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임상시험 결과 안정적인 링커를 사용했을때 독성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는 점, ADC 중증 부작용이 타겟과 무관한 세포나 장기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개선의 해결책이 링커가 아니라 암세포 특이적 전달체로 역할하는 항체 그 자체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 ADC 독성의 원인으로 대두된 것이 항체와 면역세포간의 상호작용이다. ADC를 이루는 항체 하단의 Fc 부위가 면역세포와 결합함으로써 약물이 종양 부위가 아닌 정상세포나 면역세포에서 작용해 독성을 일으키킨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Fc 부위를 변형, 항체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을 막는 기술이 'Fc 사일런싱'이다.
김 대표는 "화이자 등 일부 기업들은 특허 만료된 Fc 사일런싱 기술인 '라라(LALA) 플랫폼'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으나 이 플랫폼은 Fc 사일런싱을 50% 수준만 구현해 한계가 뚜렷했다"면서 "우리의 스텔스바디는 Fc 사일런싱을 100%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제넨텍, 젠맙 등 경쟁사 대비해서도 우수한 성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EGFR ADC 개발…AOC 등 확장 가능성
크로스포인트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스텔스바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텔스바디를 장착한 항체는 다양한 암 타깃을 대상으로 스텔스바디, 라라적용 항체, 일반항체를 사용한 ADC를 개발, 암세포와 정상세포에 대한 살상력, 정상 면역세포 살상능을 직접비교한 실험을 진행했다.
스텔스바디를 적용했을 때 암세포 살상이 극대화되면서 정상세포나 면역세포에는 살상력이 제거된 결과를 확인, 스텔스바디의 작동원리를 검증했다.
특히 스텔스바디 항체가 암 세포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약물이 효과를 내는 최소 용량 역시 경쟁 물질의 3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적은 용량으로도 항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전체 투약용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부작용 역시 줄어들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크로스포인트는 스텔스바디를 적용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 ADC를 개발하고 있다. EGFR은 폐암 두경부암 대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뿐 아니라 정상세포에서도 발현돼 스텔스바디 기술이 필요한 표적이다.
김 대표는 "EGFR ADC로 임상에 들어간 물질은 5개 내외로 최근 수조원대 기술이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경쟁사보다 낮은 용량에다 부작용까지 줄인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고 말했다.
암 세포로의 선택성은 높이고 정상세포에의 영향은 최소화하는 스텔스바디의 원리는 이중항체, 항체핵산접합체(AOC), 항체면역활성접합체(ISAC) 등 다양한 신약 모달리티와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번 바이오 USA에서는 RNA를 활용한 항체핵산접합체(AOC) 개발 기업들도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면서 "다양한 기업과 협력으로 스텔스바디를 고도화해 글로벌 신약 개발의 기회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