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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파마리서치 인적분할에 소액주주들 끓는 사연

  • 2025.06.24(화) 11:19

주력 사업 신설회사 분할비율 '0.26' 불과
대주주 지배력 강화·상속세 절감 등 의혹
소액주주, 분할 철회·탄원서 제출 등 대응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겁니다. '한국인의 동안 외모'가 외국인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요.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주목받고 있는 재생 바이오 기업이 있습니다. 자가재생 촉진제인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을 연구, 제조 및 판매하는 파마리서치입니다.

PDRN과 PN은 연어의 생식세포에서 추출한 DNA 물질로 피부재생과 상처 치유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성분을 직접 피부에 주입해 재생을 돕는 스킨부스터 '리쥬란'이 파마리서치의 대표 품목입니다. 리쥬란은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고 유럽과 미주 시장으로의 수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요즘 증시에선 파마리서치의 회사 분할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얼마 전 파마리서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등의 제조 판매를 담당하는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다는 회사분할 공시를 했는데요. 이에 대해 파마리서치의 소액주주들이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인적분할에 나선 또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양홀딩스의 분할 때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것과 비교되는데요. 왜 파마리서치의 소액주주들은 분할을 반대하는지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종속회사 대 신설회사 분할비율 '74 : 26'

파마리서치는 지난 13일 '사업 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해 장기적 성장을 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존속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파마리서치'로 나뉘게 됩니다.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 0.74, 신설법인 0.26인데요. 분할전 파마리서치의 발행주식수가 100주라고 가정한다면 분할후 홀딩스는 74주, 신설법인은 26주를 가져간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분할전 파마리서치의 주가가 1만원, 시가총액은 100만원(1만원*100주)이라면 분할 후 존속회사와 신설법인의 시가총액은 이론상 각각 74만원과 26만원이 됩니다.

지주사인 홀딩스의 시가총액이 리쥬란 사업을 하는 신설법인보다 높게 책정된 것인데요. 지주사인 홀딩스가 자회사 및 투자사 관리, 신규 투자 정도를 맡는 회사라면 신설법인은 기존 주력인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제조 판매를 맡은 주인공 같은 곳입니다. 소액주주들이 분할비율의 적정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파마리서치 분할 전후 재무구조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인적분할 이후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분할 후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를 재상장할 예정인 만큼 지주회사인 파마리서치홀딩스는 신설법인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설법인 주식과 지주회사 주식을 바꿔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상승할 신설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과 바꾸려 하지 않겠죠. 결국 대주주 중심으로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지주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양홀딩스와 다른 점도 바로 현물출자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하면서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함으로써 독자적인 지주회사 체제로 분리했습니다. 삼양홀딩스는 삼양바이오팜을 독립법인으로 분할하고 재상장할 계획이지만 현물출자를 하지 않아 당장 자회사로 편입되지 않습니다.

현재 파마리서치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0%를 보유한 정상수 이사회 의장입니다. 참고로 파마리서치의 소액주주수는 3월말 기준 2만4000명, 전체 발행주식수(1156만주) 가운데 절반인 587만주를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상속세 절감을 위해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익창출원이 없는 지주회사의 주가는 분할 이후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 의장에게는 딸 유진 씨와 아들 래승 씨 두 자녀가 있는데요. 딸인 정유진 사내이사는 2020년 파마리서치에 입사해 현재 미국법인 파마리서치USA 법인장을 맡고 있습니다. 장남인 정래승 사내이사는 지난해 파마리서치에 합류해 올해부터 투자전략수립 및 심사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파마리서치 주식은 각각 1만주로 지분율로는 각각 0.09%에 그칩니다. 

정 의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이전하는 상황인거죠. 인적분할을 진행하면 지주회사인 파마리서치홀딩스 주가는 하락하고 그만큼 상속세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파마리서치 "배당 정책 수립 등 주주 환원 정책 펼칠 것"

파마리서치는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자 지난 23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분할 목적에 대해 메디컬에스테틱과 화장품 사업 등 본업과 신규 투자 및 M&A(인수합병)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전문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분할비율에 대해서는 "분할하는 사업부문에 직접 귀속돼 있던 모든 유무형 자산과 부채를 원칙적으로 신설회사에 모두 이전해야 한다"면서 "사업부문에 직접 귀속되지 않는 공통 자산 및 현금성 자산에 대해서만 회사의 장기 성장 전략에 따라 배분했다"고 말했습니다.

파마리서치는 신설법인에 매출채권, 재고자산,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을, 존속법인에 유동금융자산, 비유동금융자산, 투자부동산 등을 배분했습니다. 회사 입장대로 사업부문의 자산이 신설법인에 승계돼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다만 주력 사업을 통해 쌓아올린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유동금융자산 총 3452억원 중 9%에 불과한 322억원만 신설법인에 승계되는 점은 소액주주들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파마리서치는 "회사는 지난 2018년 바이오씨앤디(현 파마리서치바이오)를 인수해 조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면서 "지주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M&A 등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에 필수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와 실적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 피력했습니다. 앞서 파마리서치는 지난 20일 627억원 규모의 자사주 11만9952주를 소각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분할 후 신설회사와 파마리서치바이오의 당기순이익 30% 달성을 목표로 명확한 배당정책을 수립해 성과를 주주들과 공유한다는 계획입니다.

회사는 "존속 지주회사는 설립 초기에 필요한 집중 투자를 마치고 사업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즉시 책임있는 배당 정책을 수립해 공표하고 투자 결실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동력으로 삼아 2029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액주주, 분할 철회·탄원서 제출 등 강력 대응

그러나 이같은 회사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들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파마리서치는 오는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데요.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총의 인적분할 안건 상정 및 통과를 막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에는 24일 기준 600여명이 소액주주들이 인적분할을 반대하는 의견에 동참하기로 했는데요. 해당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전체의 4.22%입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이번주 내로 한국거래소에 인적 분할 철회 요구와 함께 대통령실에 상법 개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도 제출할 예정입니다. 대응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인적분할을 막겠다는 거죠.

과거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기업분할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지난 2022년에는 비철금속·방산 전문 기업인 풍산이 방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려다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한 달 만에 이를 철회했습니다. 이어 2023년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적분할을 시도하다 주주들의 반대에 무산됐습니다. 파마리서치는 소액주주들의 공격적인 대응을 극복하고 기업분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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