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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株 '기술력만 믿다 상폐 쓰나미'…이러면 누가 투자하나

  • 2025.08.20(수) 14:00

감사의견 거절·경영 불투명성 이유로 퇴출
경영·재무 안전성 따져야, 투자 신뢰 우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불리며 주식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바이오 업계에 투자 경고등이 켜졌다.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 구조와 임상 실패 가능성, 잦은 자금 조달 같은 고질적인 한계에 더해 경영 부실과 회계 불신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상장폐지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일부이긴 하나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술력 하나만으로 평가받던 시장 분위기가 재무 건전성과 경영 투명성 등 기업의 기초 체력과 책임 있는 경영 여부까지 꼼꼼히 판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재무상태 불안·감사의견 거절 이유로 상폐 속출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바이오 업계에서 첫 번째로 상장폐지가 확정된 곳은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카이바이오텍이다. 이 회사는 2022년 코넥스 시장에 상장됐지만, 지정 자문인과의 계약이 해지된 이후 새 자문인을 선임하지 못해 지난 2월 25일 상장폐지됐다.

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상장 유지, 투자자 보호, 기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정자문인(증권사)'을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 기존 자문인 계약 해지 후 30일 이내에 새 자문인을 선임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카이바이오텍처럼 재무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경영 성과의 변동성이 큰 기업은 증권사들이 자문인 계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상장폐지에 이르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약물전달기술 기반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인 셀리버리는 12년 전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연구개발(R&D)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분기 매출액(3억원) 미달, 2022년과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7일자로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암 분자진단 전문 기업 노보믹스는 2023년 4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했지만, 지난해 자본총계가 –130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결국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존속 능력은 기업이 별도의 청산 없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보믹스는 상장 2년 만인 지난 5월 상장폐지됐다.

에스엘테라퓨틱스 역시 2020년부터 5년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됐고, 같은 달 7일 감사의견 거절을 사유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종장기 개발 기업인 제넨바이오는 비임상 CRO(임상시험수탁기관) 수주 감소로 분기(3억원)·반기(7억원)·연간(30억원) 매출액 미달과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지난 6월 18일 상폐됐다.

유전체 분석 및 유전질환 진단 기업 큐러블은 임직원이 약 155억 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에 연루되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결국 지난 5월 22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고, 지난 19일부로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간신히 상폐 위기 넘겼지만 불안한 기업 다수

상장폐지가 결정됐지만 법적 대응으로 시장 퇴출이 보류된 사례도 있다. 동물용의약품을 제조 판매하는 제일바이오는 지난 5월 14일 상장폐지 될 예정이었지만 회사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상장폐지 결정 무효확인 소송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유예된 상태다. 제일바이오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간 이어진데다 전 임직원 횡령 소송, 2023년도 재무제표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항체 신약 개발 기업 파멥신은 수익성 악화와 연구개발 실패, 신규 사업 부진 등으로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잃었으며, 여기에 시장위원회에 약속한 기술이전조차 이행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사가 이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상폐 결정 효력은 일시 정지됐다.

현재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도 있다. 전통 중소제약사인 한국유니온제약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횡령·배임 혐의와 반복된 공시 위반으로 신뢰를 잃었고,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질병예측 및 진단 기업 셀레스트라(전 클리노믹스)는 올 상반기 자본총계가 -4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감사범위 제한과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올리패스는 작년 매출이 19억원에 그쳐 코스닥 상장유지 기준인 연매출 30억원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지속된 영업손실로 인해 운영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은데다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 기업인 피씨엘 역시 사업부진으로 반기 및 분기 매출액 기준을 넘기지 못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 현재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들 기업은 개선 기간 부여 여부와 관계없이 상장폐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술력' 상장 유지 불가…지속 가능성이 생존 좌우

상폐를 맞은 바이오 기업들 대부분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은 회계감사인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상 감사의견 거절은 곧바로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받는 순간 시장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바이오 산업은 특성상 신약 개발이라는 장기 과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경영 투명성과 자금 운용의 건전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기술력에만 의존한 채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없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투자자 신뢰를 잃고 상장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산업의 회복을 위해선 기업 차원의 체질 개선과 더불어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장 전 기술성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고, 상장 이후에도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지배구조 개선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상증자 남발이나 자금 유용 등 투자자 피해로 직결되는 행위에 대해선 보다 엄격한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본질적으로 오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고위험 산업인 만큼, 투자자들은 단순한 기술력이나 미래 전망보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경영 신뢰도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상장요건과 사후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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