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 전 동아쏘시오그룹은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기존 동아제약을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전문의약품 사업은 동아에스티가, 일반의약품과 컨슈머헬스케어 사업은 동아제약이 맡는 구조로 재편했습니다. 사업별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로부터 13년 후. 동아쏘시오그룹은 떼어낸 동아제약을 다시 합치기로 했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는데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순수지주회사에서 사업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신사업 투자와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입니다.
캐시카우 내재화…투자 선순환의 시작
이번 합병의 핵심은 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동아제약의 현금창출력을 지주회사 안으로 편입하는 데 있습니다. 동아제약은 박카스를 비롯해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사업 등을 기반으로 경기 변동에도 꾸준한 실적을 내며 그룹의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책임져 왔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순수지주회사로서 자회사 배당금 수익과 브랜드 사용료(상표권 사용수익), 경영관리 서비스 수수료, 임대수익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은 886억원으로 전년보다 28.7% 증가했는데, 자회사 배당금 수익이 721억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배당금 수익이 영업수익의 약 81%를 차지했다는 점은 지주회사의 수익 기반이 자회사 배당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순수지주회사 구조에서는 자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을 통해 확보해야 하는 만큼 투자 재원을 적기에 확보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습니다.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하면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지주회사 내부에 직접 편입돼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합병 배경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 내재화'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현금을 더 확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투자 우선순위에 맞춰 자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룹 내에는 안정적인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과 미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 공존합니다. 동아제약에서 창출한 현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전문의약품 사업과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를 비롯해 신사업, 인수합병(M&A), 글로벌 사업 확대 등 그룹 차원의 성장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 동아에스티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선임심사관 출신 오윤석 부사장을 최고연구개발책임자(CSO)로 영입하고 연구개발 조직의 역할과 책임(R&R)을 재정비하는 등 연구개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합병은 동아제약이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현금을 지주회사에서 직접 관리·운용함으로써 연구개발(R&D)은 물론 신사업과 인수합병(M&A), 글로벌 사업 확대 등 미래 성장동력에 보다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자회사 관리 넘어 성장 투자 주도
이번 합병은 지주회사의 역할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2013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투자 기능을 담당하는 순수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 산업이 연구개발 중심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적시에 배분하는 능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이번 합병과 함께 사업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한 것도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자회사 관리 중심의 지주사에서 벗어나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그룹 차원의 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하는 역할까지 맡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와 일반주주 보호를 강조하면서 지주회사 할인(홀딩스 디스카운트)과 중복상장 문제가 자본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역시 이번 합병 배경으로 "주요 자회사 중복상장 우려에 따른 지주회사 할인 요인을 해소하고 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사업회사를 지주사에 편입해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할인 요인을 완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됩니다.
합병의 핵심은 자본 배분 재설계
이번 합병의 의미는 회사를 하나로 합쳤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보다 중요한 변화는 그룹이 창출하는 현금을 지주사에서 직접 관리하며 전략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입니다.
13년 전 인적분할이 사업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이번 합병은 성장 투자를 위한 자본 운용 체계를 다시 설계하려는 결정에 가깝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왜 합병했느냐'보다 '합병 이후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입하느냐'에 쏠립니다. 동아제약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이 동아에스티의 연구개발(R&D), 신사업, 인수합병(M&A), 글로벌 사업 확대 등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될지가 사업지주회사 전환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평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