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IT사업이 한 곳으로 뭉침에 따라 이웅열(사진) 회장이 ‘증여세의 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그룹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코오롱베니트의 코오롱글로벌 IT부문 영업양수는 내부거래 비중을 확 낮춰 일감몰아주기 과세 기준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주주로 등장 지속적 지분 확대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웅열 회장은 계열사 코오롱베니트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지주회사 코오롱의 보유주식(51%) 외의 지분 전량이다. 이 회장도 다른 대기업 오너 일가와 마찬가지로 재산증식 수단으로 각광받는 그룹 SI 계열사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셈이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 1999년 10월 미국 CA사와 합작으로 출발한 뒤 2006년 12월 코오롱그룹으로 완전편입됐다. 당시 이 회장이 주주로 등장했다. CA사로부터 지분 30%를 인수한 것. 이어 지난 2008년 12월 코오롱글로벌로부터 9.9%를 추가로 사들인데 이어 지난해 1월에 또다시 9.1%를 인수했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8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룹의 전산망 설치 및 유지보수를 주력으로 하는 SI 계열사의 특성상 계열 매출은 코오롱인더스트리 226억원, 코오롱글로벌 167억원 등 5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2.2%를 차지한다. 이로인해 이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이 될지 주목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12월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의제 규정(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 3)’을 신설, 계열사로부터 30%가 넘는 매출을 올릴 경우 해당 수혜 계열사의 지배주주 및 3%가 넘는 지분을 소유하는 친족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기로 했다. 2012년 1월 이후 사업연도부터 적용돼 올해 첫 과세가 이뤄진다.
◇글로벌 IT부문 흡수후 17%로 감소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해당 사항이 없다. 세금은 세후영업이익에 내부거래비율 기준 30%와 지배주주 지분율 기준 3%를 초과하는 비율을 곱한뒤 세율을 적용해 부과되는데, 코오롱베니트가 지난해 2007년 이후 지속됐던 5년연속 흑자행진을 멈췄기 때문이다.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됐고, 2010년 34억원을 기록했던 순이익도 2011년 14억원에서 지난해 26억원 적자를 냈다.
게다가 코오롱베니트가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을 흡수함으로써 이 회장에게는 앞으로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내년부터는 일감몰아주기 과세의 기준이 되는 내부거래비율이 15%로 강화됐다. 하지만 앞으로 코오롱베니티의 내부거래비율이 현격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코오롱글로벌의 IT부문은 경기 침체로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2009년 이후 연평균 12.8%의 증가율로 지난해 23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88억원을 기록했다.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의 매출 특징은 계열 매출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사업구조가 서버, 스토리지 등 IT관련 하드웨어와 솔루션 유통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지난해만 해도 20억원에 불과해 전체 IT 매출의 0.8% 미약한 수준이다.
따라서 매출면에선 코오롱베니트를 4배 가까이 압도하는 코오롱글로벌 IT부분이 합쳐짐으로써 내부거래비율을 확 떨어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순 합산매출만 보더라도 전체 매출 3230억원 중 계열 매출이 550억원으로 그 비율은 17%로 낮아진다. 증여세 과세의 기초가 되는 금액이 합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할 때 67억원(88억-21억원)의 2% 밖에는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