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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운]① 도무지 끝이 안 보인다

  • 2013.06.21(금) 14:14

공급과잉 해소 난망..제품운반선만 회복 기대

지난 19일 해운업계에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컨테이너 시장 글로벌 빅 3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 MSC(Mediterranean Shipping Co), CMA CGM 등이 세계 최대 규모의 협력 체제를 구축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P3’로 명명된 이번 얼라이언스는 시장에 투입되는 선복량(선박에 짐을 싫을 수 있는 양)을 각 선사들이 공동으로 조정해 탄력적인 선박 운용과 효율성 향상을 꾀한다는 취지다.

빅 3들은 P3를 통해 아시아-유럽, 태평양, 대서양 등 전 세계 29개 항로에 총 260만TEU에 달하는 선박 255척을 투입하게 된다.

◇ 너무나 깊은 '공급과잉'의 늪

그렇다면 빅 3선사들은 왜 '얼라이언스'를 선택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해운시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업계의 화두는 '공급과잉'이다.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선복량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운반해야 할 화물의 양보다 배가 더 많아 운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해운업 침체의 원인이다.

글로벌 빅 3의 'P3' 결성은 전 세계 물동량을 좌지우지 하는 글로벌 선사들마저도 장기화되고 있는 공급과잉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예주는 예다. 이번 'P3' 결성은 글로벌 해운업계가 업황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인 셈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선진국 경기도 크게 개선되지 못해 물동량 증가율이 선박의 공급과잉 해소에 필요한 수준에는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의 자국 수요 독점 의욕으로 중국 조선소들의 선박의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해운시장의 수급여건 개선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해운업의 침체는 해운사들의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총 109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현대상선은 5096억원, STX팬오션은 2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해운사들의 수난시대다.

◇ 선종별 전망도 여전히 '암흑속'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제품운반선 시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종들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벌크선 시장은 침체일로다.

벌크선 시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BDI(발틱 운임 지수)는 최근 올들어 처음으로 1000을 넘어섰다. 지난 4월까지 BDI는 평균 817.2로 전년동기 평균 대비 약 9.4%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운업 회복을 위해선 BDI가 3000은 넘어야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7월이면 1500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업황으로 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BDI가 이처럼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중국 탓이 크다. 중국 철광석 수요 둔화로 물동량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중국 조선업체는 선박을 계속 쏟아내고 있어서다.
 
실제로 작년 물동량 증가율은 전년대비 7% 증가로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보였음에도 불구, 선복량은 10%를 상회해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올해도 물동량과 선복량 증가율은 각각 전년대비 6% 가량될 것으로 예상돼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제품운반선 정도만 일말의 기대

탱커시장도 마찬가지다. 유조선 시장의 선복량 과잉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채 시황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Ras Tanura(사우디)-울산간 VLCC 운임지수는 지난 4월까지 평균 34.1로 전년 동기대비 40.5% 낮은 수준이다.

LR(Long Range)급인 앤트워프-휴스턴간 55K dirty tanker(원유나 중유를 운반하는 유조선)의 운임 지수도 지난 4월까지 전년대비 10.7%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조선 시황은 올해도 공급 과잉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세계 원유 해상물동량 증가율은 약 3%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선복량 증가율은 4% 안팎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MR(Medium Range)급인 싱가포르-일본 지바간 30K clean tanker(휘발유·경유·등유 등을 운반하는 유조선)의 경우는 지난 4월까지 평균 운임이 전년대비 9.6% 상승해 점진적 시황 회복이 기대된다.

제품운반선 시장도 지난 2011년 이후 선박 건조량이 많지 않았고 2010년을 전후해 단일선체 선박(화물창 벽이 곧 선체의 외판이 되는 선박)이 대량 폐선되면서 선복량 과잉 문제가 해소돼 점진적인 회복이 예상되는 부문이다.

◇ "해운업, 생존이 화두일만큼 위기"

컨테이너 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형 이하급 선박의 용선료를 나타내는 지수인 HRCI는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500선에 머물며 장기간 답보상태다. 전문가들은 컨터이너 부문도 선복량 과잉 문제가 심각해 오는 2015년이나 돼야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컨테이너선은 지난 2003년부터 지속된 조선산업 호황기에 많은 양의 선박이 발주됐다. 지난 2007년에는 대형화 추세로 초호황 양상이 나타났고 이 물량들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에 따른 물동량 감소 이후 선복량 과잉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 됐다.

특히 올해는 전세계 컨터이너선 물동량 증가율이 6.6% 안팎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선복량 역시 약 7~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선복량 과잉 문제의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는 사상 최대 크기의 선박인 1만8000TEU 선박이 미주와 유럽 등 주요 항로에 본격적으로 배치되는 시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요 항로에 투입됐던 1만TEU급 이하 중소형 선박이 다른 항로로 연속적으로 밀려나게 되는 등 시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해운업은 올해 역시 공급초과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물동량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아 긍정적인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해운업계는 생존이 화두일만큼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컨테이너 운임은 완만히 상승하다 4분기에 하락할 것으로 보이고 벌크해운도 BDI기준 1000포인트 내외의 저시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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