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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의 그늘]2-③담합은 나쁘지만..

  • 2013.08.12(월) 11:16

담합 등 위반행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논의
과잉처벌, 소송남발 우려..악영향 최소화 필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올들어 발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새로운 정부와 야당 등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적절히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반면 법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러다가 성장 엔진이 꺼져 초일류 기업은 커녕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민주화 관련 주요 법안들의 내용과 영향을 3부에 걸쳐 진단해 본다.[편집자]

 

최근 현대자동차, 다임러, 볼보 등 국내외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화물차 시장에서 담합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회사에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검찰에도 고발했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라 이들에게는 다시 벌금이 부과된다.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바로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오는 9월 국회에서는 부당공동행위(담합)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 남품단가 인하, 부당 발주취소 등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된데 이어 공정거래법 개정까지 이뤄지면 기업들은 적지않은 소송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과징금에 벌금도 내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은 일종의 '시범 케이스' 성격이 강하다. 가해자의 행위가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적이 강하다.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고액의 배상을 노린 소송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그리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담합 등 위반행위에 대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과징금과 벌금에 이어 손해배상 소송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맥도날드 사건'의 경우에서 보듯 미국을 중심으로 적용돼 왔다.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은 과징금 제도가 이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영국법원은 유럽집행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했다면 추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 한번 걸리면 '휘청'

 

재계에서 "이중처벌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해외의 사례들 때문이다. 재계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하도급법을 뛰어넘는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집단소송제와 맞물릴 경우 자칫 기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도 고의적인 담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행정부의 공적규제가 강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추가로 강력한 사적 집행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일 도입이 필요하다면 행정부 주도의 공적규율 시스템을 대폭 완화하는 등의 제도 인프라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제재와 처벌이 강화되는 만큼 불공정성 입증과 판단이 더욱 신중해져야 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한편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관련, 현행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등의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KD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담합 규제의 목표는 가담자 처벌이 아니라 담합을 와해하고 잠재적인 형성 자체를 억제하는 데 있다"며 "기존 리니언시 제도 도입후 담합 형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니언시 제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제도 개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른 제도의 개정을 고려할때 리니언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맥도날드 사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표적인 사례. 지난 1992년 한 할머니는 동네 맥도날드에서 구입한 뜨거운 커피 뚜껑을 열다 실수로 다리에 엎질러 화상을 입었다. 2년간 치료비로 1만1000달러 가량이 나왔고, 할머니는 맥도날드를 대상으로 2만달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법정으로 간 이 사건은 결국 맥도날드의 패소로 끝났다. 법원은 10여년간 비슷한 사례가 계속됐지만 맥도날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할머니에게 피해액의 260배가 넘는 27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커피 컵에는 주의 경고문이 부착됐다.

([경제민주화의 그늘]1-②'과징금+벌금+손해배상금'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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