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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단협 '원칙'이 통했다

  • 2013.09.06(금) 11:39

노조, 불리한 여건 불구 파업 강행
현대차, 원칙적 대응으로 임단협 타결 성과

현대차 임단협이 잠정 타결됐다. 사측은 '원칙'을 지켰고 노조는 '실리'를 챙겼다. 외형상 노사 모두 윈-윈한 모양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사측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원칙으로 막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노조 내부의 '동상이몽'..파업동력 약화

올해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시작부터 조건이 안좋았다. 차기 지부장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추석 연휴도 다가왔다. 그만큼 시간이 없었다. 임단협을 위해 사측에 내밀었던 협상안도 명분이 약했다. 파업은 무리였다.

하지만 현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차기 지부장 선거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현 지도부로서는 노조원들에게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노조에게 불리한 여건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이달 중순으로 다가온 차기 지부장 선거가 큰 변수였다. 각 계파별로 파업에 참여하는 속내가 다르다보니 파업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임단협을 통해 노조원들에게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이미 상반기 특근거부로 노조원들은 불만이 많았다. 특근거부로 노조원들은 1인당 약 200여만원의 수당을 받지 못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 지도부는 이번 임단협에 사활을 걸어야했다. 이런 고민이 파업을 강행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노조 내부의 계파간 동상이몽이 문제였다. 총 7개 계파가 각기 다른 생각으로 파업에 참여했다. 파업 동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현 지도부를 낙마시키기 위해서는 상처를 내야 했다. 파업은 좋은 빌미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노조원들의 경제적 손실은 커진다. 파업 장기화로 노조원들의 불만이 쌓이면 그 반사 이익을 지부장 선거에서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 사측의 '원칙적 대응' 빛났다

현대차의 이번 임단협 타결의 가장 큰 원동력은 사측의 원칙적 대응이다. 윤여철 부회장의 '투 트랙' 전략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윤 부회장은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외부에는 "목숨 걸고 막겠다"고 했다. 마침 노조의 요구안에는 사회 통념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리며 윤 부회장의 강경대응 방침은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내부적으로는 물밑협상을 계속 진행했다. 노조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노사 모두 빨리 타결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노조는 추석 연휴와 지부장 선거로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사측은 생산 차질을 최소화해야 했다.
 
[이번 현대차 임단협에서도 윤여철 부회장의 '투 트랙' 전략은 빛을 발했다. 외부적으로는 원칙적 대응을 강조한 반면 내부적으로는 물밑 협상을 꾸준히 진행했다.]

때마침 해외공장 이슈도 나왔다. 노조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면 해외 공장 증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정몽구 회장을 만난 직후,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다이모스 공장 증설이 발표된 것도 일종의 압박 수단이었다.

사측에게는 명분과 원칙을 모두 고수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 있었다. 노조의 마지막 카드는 '전면파업'이었다. 하지만 전면파업으로 갈 수는 없었다. 주도권이 사측으로 넘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부분파업 지속은 노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

◇ 노조, '여론의 힘' 제대로 느꼈다

현대차 노조는 여론의 동향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파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여론에 신경쓰는 것보다 파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명분을 챙길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요구안들이 많아서다. 여기에 그동안 노조가 주장해왔던 잔업과 특근의 부당함이 사실은 노조 스스로 동의한 사항이라는 것이 알려지며 더욱 수세에 몰렸다.

아울러 노조의 요구안대로라면 1인당 1억원 가량을 더 받게된다는 사실에 여론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다급해진 노조는 이례적으로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거리 선전전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관련 파업을 진행하면서 여론 잡기에도 실패했다.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요구안과 그들이 주장해왔던 근로시간 과다, 저임금 등의 쟁점이 사실은 노조가 동의했던 사안임이 밝혀지며 여론은 노조에 등을 돌렸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부분파업이 두번째 진행된 이후 내부에서 술렁이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외부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지적이 많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결국 올해 현대차 임단협 타결은 사측의 원칙적 대응과 여론의 힘이 만들어 낸 결과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 임단협은 그간의 현대차 노사관계에 있어 사측의 원칙적 대응이 통한 몇 안되는 사례"라며 "노조가 자충수를 두면서 향후 노사 관계에 있어 사측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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