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SK하이닉스반도체에게 잊을 수 없는 해다. 사상 최대 실적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도약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SK그룹이라는 날개를 단 이후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진 결과라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으로 재편된 D램 업계는 내년에도 적지않은 '과실'을 예고하고 있다.
◇ 과감한 투자 결실..SK 주력사 발돋움
지난 2011년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가 결정된 후 처음 이천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SK의 성장 축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 회장의 말은 과감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반도체시장의 불황으로 대부분 업체가 투자를 줄인 반면 SK하이닉스는 2012년 3조8500억원을 투자했다. 전년보다 10% 가량 늘린 금액이었다.

▲ 지난해 6월 SK하이닉스 청주 M12라인 준공식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를 성장의 축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월 4만장 규모의 생산이 가능한 청주 M12 라인이 완공됐고, 이탈리아 아이디어 플래시 및 미국 LAMD 등 컨트롤러 업체 인수 등도 이뤄졌다. 모두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다. 13년간 끌어온 미국 램버스와의 특허라이선스 계약, 삼성전자와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등을 통해 경영상 리스크도 줄였다.
여기에 올해초 선임된 박성욱 사장의 이른바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핵심기술 인력들의 영입도 단행됐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며 기술적인 성과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고용량의 8Gb 및 6Gb LPDDR3(저전력 DDR3) 모바일 D램을 개발했고, 최근에는 초고속메모리 개발에도 성공했다.

▲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이후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이탈리아 아이디어플래시를 인수해 유럽기술센터로 전환하기도 했다. 사진은 이탈리아 유럽기술센터 현판식. |
지난 9월 중국 우시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 3조9333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3분기 4조840억원의 매출과 1조164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들을 모두 추월했다.
이같은 SK하이닉스의 선전에 힘입어 SK그룹은 올해 수출 600억 달러를 2년 연속 넘어섰다. 주력사업인 에너지분야가 다소 부진했지만 수출중심인 SK하이닉스가 이를 메웠다는 평가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 내년에도 호황 이어진다
SK하이닉스의 지난 27일 주가는 3만6650원. 연초 2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던 주가는 40%이상 상승한 상태다. 시가총액은 26조원대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모비스에 이어 5위로 올라섰다. 여기에는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SK하이닉스의 주력인 D램 분야는 생존경쟁이 마무리된 후 주요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상위 3개사의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또 미세공정 전환이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만큼 과거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단행될 가능성도 낮다. 이같은 상황은 앞으로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내년 SK하이닉스의 매출은 15~16조원, 영업이익은 4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황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주요 증권사들의 추천종목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많은 변화들이 이뤄졌다"며 "과거에는 생존이 최우선이었다면 지금은 중장기적인 전략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경영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