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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현대제철 손떼는 속내는

  • 2014.02.25(화) 16:14

등기이사직 사퇴..강학서 부사장 신규 선임
"대규모 프로젝트 마감..車사업에 집중"

현대차그룹의 차기 대권은 정의선 부회장 몫이다. 다만, 승계 시점이 관심사다. 

 

정몽구 회장(77세)은 고령에도 불구 여전히 친정체제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들어 승계와 연결지을 수 있는 징후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서 '이제 승계를 본격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자식같은 현대제철 떠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현대제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키로 했다. 지난 9년간 몸담았던 현대제철에서 손을 떼는 셈이다. 물론 외형상의 손떼기다. 하지만 정 회장이 그동안 현대제철에 쏟았던 애정을 생각하면 등기이사직 사퇴가 갖는 의미는 크다.

현대제철은 정몽구 회장에게 각별한 곳이다. 선친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유지가 제철사업이었다. 정 명예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제철사업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제철사업은 정 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다.

 
▲ 지난 2010년 1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고로 화입식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습. 제철사업은 정 회장에게 숙원사업이자 가장 공들인 사업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선친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신의 손으로 일구고 싶어했다. 그는 제철사업, 특히 고로를 통해 쇳물을 직접 뽑아내기를 원했다. 궁극적으로 자동차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지난 2010년 현대제철은 마침내 일관 제철소를 완성했다. 제철소 건설당시 수시로 현장을 찾아 직접 점검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만큼 공을 들인 곳이다. 작년 말에는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현대제철과 합병시켰다.

이로써 정 회장은 자동차 강판 생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제철사업을 숙원했던 선친의 꿈을 이룸과 동시에 자동차와 시너지를 내려는 자신의 꿈까지 이뤘다.

◇ 정의선 부회장을 위한 포석

이처럼 공 들인 현대제철에서 그가 물러나는 이유는 무얼까.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자동차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서 등기이사직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3고로 준공과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 등 굵직한 사안을 완료한 상태다.

현대제철은 등기이사 자리에 정몽구 회장 대신 강학서 현대제철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큰 프로젝트가 마감됐으니 재무 전문가를 등기이사로 앉혀 내실을 기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에서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미 현대제철을 제외하고도 4개 계열사의 등기임원직을 맡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후계구도에 관한 것이다. 정 회장이 그토록 애착을 가지고 있던 현대제철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을 위한 '멍석 깔아주기'라는 견해다. 정몽구 회장이 제철사업의 지휘권을 정의선 부회장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 경영능력이 우선..조금씩 옮겨가는 무게추

현재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제철 주식이 없다. 현대제철의 최대주주는 기아차다.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 21.29%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기아차 지분율은 1.74%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있다. 정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0.0001%다. 현대모비스는 아예 지분이 없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통해 현대제철을 지배하기는 어렵다.
 

대신 경영 역량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를 정의선 부회장이 채웠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으로 재직하며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경영 마인드를 키웠다. 결과도 좋았다. 이번도 비슷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에게 제철 사업을 맡겨 경영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정 회장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기아차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 대한 검증은 마쳤으니 이번에는 제철산업에서도 성과를 내라는 주문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그룹에게 경영권 승계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최근 정몽구 회장의 행보는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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