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기업들의 사외이사 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사내이사들과 함께 이사회를 구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내이사보다 많은 수의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외이사들의 활동에 대해 여전히 '거수기'라고 지적한다. 그룹 오너나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지는 경우도 있어 사외이사 본연의 임무인 견제기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 법조인·교수·관료, 3대축 형성
7일 비즈니스워치가 주요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사외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대부분 법조인과 대학교수, 관료출신들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했다.
반면 기업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인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현장에서 경영에 나서고 있는 사내이사들도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영향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5명의 사외이사중 교수가 3명, 법조인이 1명, 금융인이 1명이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중량감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법조인 1명, 관료 2명, 교수 2명이 사외이사로 활동중이다. 강일형, 임영철 사외이사는 국세청과 공정위 출신이고, 오세빈 사외이사는 서울고등법원장으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SK텔레콤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오대식 태평양 고문,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외에 정재영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재선임할 예정이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와 산자부 차관을 지낸 이재훈 에너지자원개발포럼 대표는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LG전자는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 외에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이규민 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이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그외에 이창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주종남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등 학계에서 2명이 참여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법조인과 교수, 관료라는 '3대축'을 유지하고 있다.
◇ 새 얼굴은?
올해에도 새 얼굴들이 주요기업 사외이사진에 합류한다. 우선 이장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종석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이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대한항공은 안용석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전 사외이사였던 이희범 LG상사 고문이 지난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한화의 사외이사진은 변화가 클 전망이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강석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노선호 전 한화증권 본부장 등이 추천됐다.
관료출신들도 적지 않다. KCC가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 (주)LG는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효성은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삼성전기는 권태균 전 조달청장을 사외이사로 합류시킬 계획이다. SK네트웍스도 허용석 전 관세청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상태다.
◇ 수천만원대 급여..논란도
이들 사외이사들은 정기,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이사회에 참석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게 된다. 보수로는 연간 수천만원 정도 받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 이후 5차례 이사회를 열었고 평균 600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4번의 정기이사회와 2번의 임시이사회를 개최했고 평균 8700만원의 보수를 줬다.
SK텔레콤과 LG전자는 각각 평균 8300만원과 7800만원의 사외이사 보수를 지급했고, 롯데와 GS는 6200만원과 7200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높았다. 삼성전자는 김은미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100% 출석했고, 현대차나 SK텔레콤도 모든 사외이사들의 출석률이 100%였다. LG전자는 김상희 사외이사가 한차례 불참했다.
하지만 논란도 적지 않다. 사외이사들이 오너와 학연 등 친분관계로 엮이거나 부실한 활동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경우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일 효성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효성은 오는 21일 주주총회에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한민구 서울대 교수를 신임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한 상태다.
경제개혁연대는 최중경 후보의 경우 사내이사인 조석래 회장 및 이상운 부회장과 경기고 동문이라는 점을, 한민구 후보는 파생상품 계약으로 논란을 빚은 현대엘리베이터 사외이사로 재직한 점을 들어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