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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기업]③재능기부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 2014.05.28(수) 10:50

비즈니스워치 창간 1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
주력사업으로 사회공헌..협력업체 매출 증대효과
'지속가능한' 사회활동으로 기업-수혜층 '윈윈'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유한킴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 회사가 만든 제품이 아니다. 화장지, 기저귀 등을 만들어 파는 게 이 회사 본업이지만 오히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회활동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1984년 시작된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Keep Korea Green)' 캠페인은 올해 벌써 30년째다. 국내 기업의 사회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의 원조(元祖) 격이다.

 

▲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상징 변천사(위)와 1984년 당시 캠페인 광고(아래)

 

정부 사회단체 등과 함께한 이 사업으로 유한킴벌리는 국·공유지에 720만여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1867만여 그루에 이르는 천연림 보육과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등의 숲 가꾸기 사업도 실시했다. 북한, 몽골 등의 숲 복원을 위해서도 약 2094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꿨다.

 

국내 기업 CSR 담당자들에게 유한킴벌리는 롤모델이나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사회공헌팀장은 "10년 넘게 CSR의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회사가 적지 않은데 유한킴벌리는 이 사업을 일찌감치 정하고 30년동안 꾸준히 끌고왔다.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회사 성격에 따라 '지키고 가르치고 여행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1990년대에 와서야 생긴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환경이나 노동인권 등의 사회적 가치는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에 묻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윤리적 경영은 물론이고 사회적 이슈에 얼마나 동참하는지가 기업의 생명인 '브랜드'와 직결된다. 많은 기업들이 당장의 이익을 접어두고 CSR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폭은 나날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주력사업의 역량을 사회공헌과 연결하는 일종의 '기업형 재능기부' 방식이 활발하다. 원래 잘하는 분야다보니 사회공헌의 질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삼성전자 연구진이 장애인용 안구 마우스 '아이캔'을 착용하고 작동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랩(C랩)에서 개발한 장애인용 안구 마우스 '아이캔'이 좋은 예다. '아이캔'은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이 눈으로 PC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기기다. 안구마우스는 기존에 1000만 원 상당의 고가였지만 아이캔은 5만 원대까지 생산 단가를 낮췄다. 삼성전자는 3D 센서와 카메라 등을 활용한 시각장애인용 자전거도 만들고 있다.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은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창덕궁과 경복궁 유지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가진 건축기술로 재능 기부를 하는 셈이다. SPC는 '제빵왕'을 꿈꾸는 장애인, 청소년들을 지원한다. 'SPC & Soul 행복한 베이커리 교실'을 통해 장애인의 제과제빵 직업 교육과 취업을 돕고 'SPC 내꿈은 파티시에 아카데미'라는 청소년 직업교실도 운영중이다.

 

제너시스비비큐는 창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사내에 외식산업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좋은 식당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경기도 이천에 설립한 '치킨대학'을 통해 창업자들에게 창업과 식당 경영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하나투어는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여행 선물 프로젝트(희망여행)를 진행하고 있다.

 

◇ 1회성 기부·봉사 아닌 지속적 '상생경영'

 

선심성 기부나 봉사 중심의 활동이 아니라 수혜계층의 자립성을 키우며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갖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도 최근 흐름이다.

 

LG유플러스의 '두드림U+요술통장'이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대표적. 이 통장은 장애청소년이 자립 기반을 형성하도록 목돈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장애아동 가정이 매월 2만~4만 원씩 저축하면 LG유플러스 임직원이 같은 금액을 적립하고 회사는 이 금액의 3배 이상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장애청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점에 1인당 600만 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대학입학금이나 취업자금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지난 1월 LG유플러스는 장애 가정 청소년 멘티와 임직원 멘토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드림 U+요술통장' 기금전달식을 가졌다.(사진: LG유플러스)

 

대형할인점 홈플러스의 소아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은 납품업체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납품업체가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홈플러스는 매장에 진열된 제품에 '수익금 1%가 기부된다'는 내용을 표시해준다. 그 결과 소비자는 비슷한 상품 중에 소아암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제품을 더 많이 산다. 사회공헌 인식 제고에다 협력사의 매출 증대, 소아암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작년 9월 발표된 2013·2014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DJSI) 평가에서 세계 2523개 대상 기업 중 333개 기업이 DJSI 월드 지수에 편입됐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은 23개다. 2008년 3곳에서 5년간 7배 넘게 늘었지만 여전히 많지 않은 숫자다.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측은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이 글로벌 수준에 다가서고 있지만 여전히 지배구조나 윤리경영, 동반성장, 에너지 효율성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자료: 한국생산성본부)

 

국내 CSR 원조(元祖)기업 유한킴벌리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기업의 기능이 단순히 돈을 버는데서만 머문다면 수전노와 다를 바가 없다."

"양질, 염가의 제품생산, 이것은 기업성취의 ABC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인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고 유일한 박사가 세운 유한양행이 2대주주인 회사다. 그는 타고난 사업가였지만 그가 회사를 키운 목적은 개인적 부의 축척이 아닌 사회 환원이었다. 그가 후대에 남긴 말들은 CSR을 생존전략으로 삼는 지금 시대 기업들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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