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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폭탄에 국내 수출산업 '비상등'

  • 2014.11.05(수) 08:01

日 추가 양적완화로 엔저 가속화
석유화학 철강 기계, 타격 불가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회복이 주춤하자 시중에 돈을 더 풀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장 국내 산업계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석유화학을 비롯해 기계, 철강, 조선 등 일본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발 비껴선 듯 보이는 자동차 산업 역시 일본 업체의 가격 공세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

 

중소기업 역시 부품 조달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수출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 엔저 장기화 예상

 

일본은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꺼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시중자금 공급 규모를 연간 60조~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엔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초 달러·엔 환율은 달러 당 105.26엔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31일에는 112.36엔에 장을 마쳤다. 원·엔 환율 역시 연초 100엔 당 997.15원에 거래되던 것이 4일 기준 947.21원으로 49.94원 하락했다.

 

이에 더해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며 엔저를 부채질하고 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이 소비세 인상 후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되자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여기에 달러강세까지 겹쳐 내년까지는 엔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국내 기업 안절부절 

 

엔저가 국내 산업에 부정적인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면 국내 제품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엔저로 타격이 불가피한 종목으로는 화학과 소재, 기계, 철강, 조선 등이 꼽힌다. 이 제품들은 일본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

 

특히 화학 산업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소재와 필름, 2차전지 소재 등 전방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가격 공세가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대일본 수출이 전년보다 20% 감소했다.

 

국내 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데 최근 중국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더해 엔저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의 수요부진, 주 경쟁업체인 일본 기업들의 가격 공세는 시장 경쟁강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단기적인 시황은 더욱 부진할 전망이어서 국내 화학업체들의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산업도 안심 못해

 

자동차 산업은 예전에 비해 엔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는 비껴서 있다. 해외 현지공장 생산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엔저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요소라 부정적인 요인인 것은 맞지만 해외 현지생산이 크게 늘어난 상태여서 예전처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 완성차 업체가 엔저를 등에 업고 제품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추는데 있다. 이를 통해 해외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닛산은 작년 5월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18개 모델 중 7개 모델의 가격을 2.7~10.7% 인하했고, 도요타도 모델 당 평균 250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가격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국내업체와 일본업체 모델간의 제품 가격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었고, 우위에 있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준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업체의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으로 선진시장에선 가격 경쟁력 약화, 신흥시장에선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며 "일본업체의 전방위 공세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자료: 한국은행, J.D.POWER PIN 데이터

 

■중소기업도 힘들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생산 제품의 핵심이 되는 주요 부품들을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엔저로 인해 원·엔 환율이 하락(엔화가치 하락)하면 이전보다 싼 값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다수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처럼 해외시장에 완성품을 수출한다. 일본 기업과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부품을 싸게 들여와도 수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가격을 낮춰 팔아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도 엔저로 인한 수혜보단 피해가 더 크다”며 “엔저로 인해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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