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한화의 이번 빅딜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승계를 앞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최대 거래대금 2조원의 매각계약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부회장의 결단과 함께 향후 삼성그룹 경영 전체의 밑그림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번 계열사 매각으로 전자와 금융, 건설이라는 세개의 축을 중심으로 이재용 체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 한화 先제안에 이재용 부회장 결단
이번 계열사 매각은 한화그룹이 먼저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방산분야 경쟁력 강화를 꾀하던 한화는 삼성 측에 삼성탈레스 인수 가능성을 문의하면서 이번 빅딜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탈레스 지분을 가지고 있던 삼성테크윈을 포함, 방산분야로 대상을 확대했고,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매개로 화학사업까지 논의대상이 넓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가 삼성에 인수의사를 전달한 것은 지난 8월말. 이후 두달여간의 기간을 거쳐 11월6일 인수제안서가 합의됐다. 이후 24일까지 매각계약서 협상이 진행됐고, 26일 양측 계열사간 이사회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한화가 먼저 제안했지만 방산과 화학계열사를 모두 넘기는 최종 의사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이 계열사를 외부에 매각한 것은 사실상 외환위기 당시 삼성자동차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은 몇년전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업적 필요라기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사회적 이슈에서 벗어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 전자·금융·건설 '삼각체제' 구축
지난해부터 시작된 삼성그룹 사업재편은 아직 건설분야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의 삼성 사업재편은 이건희 회장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기 이전에 이미 결정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는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번 계열사 매각의 중심은 시기 등을 볼때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번 계열사 매각으로 향후 삼성의 사업구도는 보다 명확해졌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전자, 삼성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 삼성물산이 중심인 건설 등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비주력계열사 매각이 이뤄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 상장이 이뤄진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반도 마련된다. 이 부회장은 이미 해외 주요국가 정상들의 의전이나 CEO들과 회동 등을 통해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단기간내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부회장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에서 내년 삼성전자 등기이사 등재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